[2022년 가을호][회원의 날 참가기] 서로의 든든한 '빽', 민언련 회원
등록 2023.02.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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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건물이 있는 이 땅은 매국노 이완용의 땅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촌 일대는 매국노 윤덕영의 땅이 17,000여 평이 되었으니 거의 매국노들의 땅이었다고 볼 수 있죠.”

‘회원의 날’ 행사 1부 서촌산책에서 ‘서촌에서 북촌까지’의 역사산책 해설자로 나선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뉴스타파 전문위원, 이하 신 위원장)의 말씀이었습니다.

 

문고판 형태의 작은 안내책자에는 출발지 민언련 건물(16:00)에서 시작해 영화 관람 장소인 노무현시민센터 도착(17:30)까지 순서가 자세히 열거되어 있었지만 시간상 산책길은 ‘(서촌)민언련*➠사직단*➠(경복궁)국립고궁박물관/영추문*➠광화문 해태상*➠동십자각*➠건춘문*➠국립현대미술관*➠정독도서관*/성산문 집터*➠경기고(최초 중등 교육기관)*➠(북촌) 윤보선 집터*➠헌법재판소와 600년 백송 나무*➠화가 춘곡 고희동 가옥*➠노무현시민센터까지였습니다.

 

서촌 민언련에서 북촌 노무현시민센터까지 ‘빡센 산책’

 

민언련 건물 옥상에서 인왕산, 삼각산 등 산세를 보면서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선정한 입지조건에 대한 해설로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근현대사와 관계된 인물과 장소에 대한 설명이 걸으면서 이어졌습니다. 시간관계상 계획대로 다 돌아보진 못하고, 주옥 같은 설명으로 대체한 것이 많았는데도 거의 행군에 가까운 ‘빡센’ 산책이었습니다.

 

저는 자원봉사자로 3조 깃발 들고 걸었습니다. 어떤 회원은 “이번엔 한번 훑는 정도인데 다음에 다시 찾아와서 찬찬히 봐야겠다.”하시고, 지역에서 오신 회원은 “서울에 살아서 좋겠다.”며 “언제든 와서 찬찬히 볼 수 있으니 말이죠.”라며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했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스케줄이 한 시간 반짜리가 아닌 다섯 시간은 족히 잡아야 할 듯한데 심화 산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갈 곳은 많고 시간은 너무 짧고, 빠른 설명으로 대체해야 하는 신 위원장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귀 쫑긋 세우고, 초롱초롱 눈빛으로 바라보는 회원들에게 전해졌을 것입니다.

 

1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한 제2부 ‘아치의 노래, 정태춘’(감독 고영재, 113분) 다큐 상영은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사회자로 호출된 김시창 이사는 녹슬지 않은 입담을 발휘했고, 관객 퀴즈를 위해 사비 출연 선물까지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대화 상대가 정태춘 님이라는 것이 부담되었을까요. 인터넷 발 잘못된 정보가 퀴즈와 질문으로 나갔고,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은 “‘탁발승의 새벽노래’의 ‘한수’는 저의 법명이 아닙니다. 전 법명을 가진 적이 없어 정정합니다.”, “전 정태춘 씨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았습니다. 첫 음정에 반한 것은 맞습니다.”라며 위트 있게 답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회원들은 늦게까지 진지함과 웃음을 넘나들며 경청했습니다. 웬만한 상업영화들은 개봉 2~3주면 극장에서 바로 OTT로 넘어가지만, 고영재 감독은 이 작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극장 재개봉도 생각하고 있고, 느리게라도 ‘공동체 상영’ 형태로 이어가고 싶으며, 내년 5·18에 재상영도 고려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솟아오른 벅찬 감동 “함께여서 다행이다!”

 

퀴즈 선물을 안고 가는 늦은 귀가길,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창한 토요일 대낮에 민언련 장대 깃발과 조별 작은 깃발에 맞춰 60여 명이 넘는 회원들과 사무처 활동가들이 서촌에서 북촌까지 활보하며 걷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 민언련 깃발을 꽂은 것 같았고, 왠지 모를 벅찬 감동까지 올라오는 건 저만이었을까요. 공교롭게 어제(9/23) 채영길 공동대표가 2020년 종편 재심사 승인 관련하여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핸드폰까지 뺏기고 난 직후라 심적으로 힘들고 무거우셨을 텐데도, 채 대표는 “집에 있었으면 더 침울했을 거예요.....이렇게 회원들과 함께 걷고 다큐영화 관람하는 시간까지 가져 다행”이라고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회원의 날’이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우리 대표에게 회원들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민언련은 회원들 서로의 존재 그 자체가 자부심과 자긍심이고, 든든한 ‘빽’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면 민언련 공간에 와보고 싶고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을 확인한 ‘회원의 날’이었습니다.

 

전미희 회원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 가을호(통권 222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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