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은 회원
기사화할 가치 없는 사건과 발언은 쏟아내고, 정작 알아야 할 것들은 보도하지 않는 언론
김경실 민언련에 20대 회원이 별로 없어서 굉장히 귀하게 느껴지는 회원이세요. 어떤 계기로 민언련에 가입하셨나요?
신승은 우선 언론의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학생 자치 언론’ 활동을 하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지금은 방송을 종료한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 영상에 민언련 활동가(당시 임동준 민언련 정책모니터팀 팀장)가 출연한 적이 있어요. 당시 GS25 집게 손가락 포스터를 시작으로 여러 기업체들에서 ‘집게 모양 손가락 표시는 남성 성기의 크기를 비하하는 것’이라는 남초 커뮤니티발 논란이 있었는데. 그때 언론에서 이 논란을 키우고 목소리를 만드는 데 기여를 했는가, 기여했다면 얼마나 어떻게 보도했는가 등을 인터뷰이로 출연해서 말했거든요. 그때 모니터링 비롯한 언론 감시 혹은 비판을 어디서 하는지가 궁금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고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김경실 평소에 언론에 관심이 많으셨군요. 지금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신승은 질문이 굉장히 광범위한데, 정치면 기사로 좁혀서 말씀 드려 볼게요. 저는 지난 20대 대선이 첫 투표를 한 선거였고, 이때를 전후로 좁은 의미의 정치, 여의도 정치 등에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그러면 보통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언론인데, 사실 이게 꼭 언론의 문제인가 아니면 정치의 문제인가를 나누기 어려울 만큼 착종돼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하등 기사화할 필요가 없는 수많은 사건과 발언들을 너무 많이 기사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시민으로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기능을 정치가 지금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전혀 알기 힘들게 보도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6년 이후부터 20년까지 뉴미디어 특히 유튜브가 중심이 돼서 기성 언론이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안적인 공간이 만들어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닷페이스가 올해 활동을 그만두는 걸 보면서 고민도 많아지고 착잡했어요. 뭐랄까, 광고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원을 마련해서 계속 목소리를 내는 식의 언론 모델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꼈거든요.
김경실 그럼 민언련의 여러 활동 중에 중점적으로 했으면 하는 영역이 있을까요?
신승은 제가 회원으로 오래 활동하거나 많이 관여한 사람이 아니어서 민언련에서 무엇을, 심지어 ‘중점적으로’ 해야 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좀 어렵네요. 대신 개인적으로 관심 갖고 있는 문제는 있습니다. 언론이라고 했을 때 보통은 기사, 방송 등 이미 만들어낸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언론사 안에서 내용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 예를 들어서 미디어 노동 문제일 수도 있고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민언련이 이런 데에 좀 더 포괄적으로 관심 갖고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 ‘활발한’ 회원 되기, 2030만 어려운 문제 아냐
김경실 민언련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민단체가 청년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통 방식이나 관심의 범위가 청년세대, 흔히 말하는 2030과 잘 맞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청년층이 갖고 있는 세대적 특징을 고려했을 때, 어떤 단체나 조직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이 맞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신승은 청년 세대가 어떤 식으로 묶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청년들이 어떤 조직과 단체에 소속해서 활동하는 것이 낯설까?’라고 했을 때, 이것이 청년세대에 국한된 문제일까 싶어요. 제 주변을 봤을 때, 시민단체든 정당이든 어떤 조직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데. 그런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게 큰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가장 가깝게는 노조 정도가, 정말 쉽게 가입하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조직되는지 경험할 수 있는 곳인데, 노조도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저도 사실 3~4월쯤 정의당에 당원 가입을 했지만 그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부담감이 있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약간의 거부감, 왠지 모를 거부감 같은 것도 좀 있고요. 어떤 단체에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회비를 내는 것, 그 이상으로 활발하게 참여하는 회원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경실 현재는 쉬고 있지만, 민언련 ‘언론학교’는 시민들의 언론 교육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언론학교를 다시 연다면, 개인적으로 어떤 강좌나 어떤 내용의 강의가 개설되었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신승은 언론인들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기는 해요. 언론사에는 소위 학벌 좋은 분들도 많고, 굉장히 열심히 준비를 해서 들어가는데, 막상 언론인이 되고 나면, ‘저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갔는데 왜 저 정도 수준의 기사밖에 못 쓰는 걸까?’ 이런 의문이 늘 있어요. 각 언론사마다 기사 작성 가이드라인, 인권보도 준칙, 재난보도 준칙 등등이 있을 텐데, 언론사의 보도 관행 혹은 보도 방침 이런 것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 알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언론학교에서 취업 훈련이나 취재 교육을 할 것은 아니잖아요. 언론학교라는 게 아주 포괄적이고 다양한 위치에 있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민언련의 정체성에 맞게 이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을 수 있겠지요. 만일 언론인을 지망하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면, 구체적으로 기사 작성 때 지켜야 할 것, 젠더 감수성 같은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실로 직면한 기후위기, 하나의 ‘이슈거리’로 사소화해 버리는 언론
김경실 너무 광범위하고 공적인 질문만 한 것 같네요. 지금 개인적으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뭔가요?
신승은 걱정거리라면 크게는 기후위기인 것 같고요. 좁게는 제 개인의 진로인 것 같아요.
조영수 기후정의행동 캠페인에도 참여하신 걸로 아는데요, 기후 위기에 많은 관심을 쏟고 계신 것 같아요. 언론에서 기후위기 관련해서 눈여겨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보도나 콘텐츠가 있었나요?
신승은 언론에서 기후위기를 ‘사소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후위기의 중대성에 비해, 많은 이슈 중 하나 정도로만 다루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중요성을 충분히 시민들한테 알리고 정치권에 요구하고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일 텐데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좀 인상 깊었던 기사라고 한다면, 경향신문 기사예요. 한국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0’로 만들겠다는 ‘넷 제로(net zero,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시기를 2050년까지로 잡은 적이 있었는데, 제주도는 2030년까지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 탄소 배출 없는 섬)’라는 목표를 세우고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프로젝트를 아주 크게 세워서 진행했거든요. 그게 어떤 식으로 이행됐고, 잘 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왜 그런지를 경향신문이 9편짜리 기획 기사로 낸 적이 있어요. 아주 구체적인 현실을 강조했고, 기사 들어가는 글에서 ‘가보지 않은 미래지만 찾아볼 수 있다’는 뉘앙스로 제주 카본 프리 아일랜드 사례를 왜 다루는지, 왜 주목하는지 등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경실 뉴스나 시사 문제를 주로 어떤 매체를 통해서 접하세요?
신승은 SNS로 많이 접해요. 제가 팔로우하는 정치인이나 평론가, 기자들이 있고요, 요즘에는 네임드 기자들이 공유하는 이슈나 논평 등을 중심으로 한번 필터링된 이슈를 접하고, 좀 더 필요하다면 기사를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김경실 특별히 신뢰하는 매체나 기자가 있나요.
신승은 사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얼마나 나랑 비슷한 관점의 얘기를 해주는가’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전제 하에 <한겨레>나 <시사IN>을 먼저 봐요. 뭔가 좀 검색해보거나 찾아볼 일이 있으면 그 두 매체를 가장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매체는) 단신을 잘 안 내잖아요. 한겨레는 많이 쓰긴 하지만, 그래도 소위 말하는 다른 ‘주류 언론’에 비해서는 그래도 내용을 잘 채워서 낸다고 생각해서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한다면....
김경실 아무런 제약이 없이 유튜브를 하나 운영한다고 하면 어떤 내용의 유튜브를 운영해보고 싶으세요?
신승은 요리 유튜브를 하고 싶어요.
김경실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신승은 최근에 관심을 붙여보고 있어요. 제가 채식을 한 지 3년이 넘었는데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제약이 많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해먹는 게 필요하다 생각하면서부터 요리를 좀 하고 있고요. 사람들이랑 같이 만든 요리를 나눠 먹는 그 시간과 자리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리 유튜버를 하면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레시피 공유 차원도 있고요.
김경실 만약 자서전을 쓴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고 싶으세요? 혹은 신승은이라는 사람을 SNS에서 검색했을 때, 연관 검색어로 어떤 게 함께 떴으면 좋겠어요?
신승은 저는 자서전을 쓰고 싶지도, 연관 검색어에 오를 만큼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질문이 의도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답한다면, 어떤 정형화된 틀에서 거리를 두고 살고 싶어요. 소위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평범함이란 게 있잖아요. 예를 들면 굉장히 안정적인 물적 기반을 확보하고 적당히 가정을 꾸리는 거요. 이런 걸 무조건 피하겠다는 도그마가 있는 건 아니에요. 이 틀, 평범함이라는 틀이 사실 도달하기 어려운 평범함인데, 이것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을 갖고 싶지도 않아요. 불안하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정형화 된 틀에 들어가지 않음에서 오는 불안도 잘 소화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최근에 서울대 졸업 축사를 한 허준이 교수가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그럴듯한 병원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라고 했는데. 저는 이 말에 굉장히 감명받았어요. 이 축사처럼, 이렇게 살고 싶다 정도의 생각이 들어요.
김경실 지금까지 누가 가장 자신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신승은 어떤 한 사람에게 절대적인 자리를 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한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머니도 있고, 제가 대학에 와서 만났던 많은 친구들과 선배들, 선생님들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배웠던 것들, 이런 게 지금의 저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저를 자유로운 사람으로 키워주셨고, 대학에 와서는 제가 사회학과 학생이기도 해서 조금 더 사회적인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내 삶과 관련 있는 게 아니면 좀 무관심해지기 마련인데, 공부를 하면서나마 의식적으로 배워갈 수 있었던 것이 저한테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전히 막강한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 간과하지 말아야
김경실 지금까지 질문에 대답만 하셨는데,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묻고 싶은 게 있으면 해주세요.
신승은 사실 사람들은 언론에 많이 노출돼 있으면서도, 막상 ‘언론이 무슨 의미이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한때 ‘사람들이 신문을 더 이상 안 보고, 언론은 이제 아무런 힘이 없다’는 말을 많이 했던 때가 있었는데, 저는 그게 언론인들이 하는 기만적인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언론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고 언론 소비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아직까지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갖는 영향력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한 일주일만 뉴스를 안 봐도 세상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모르잖아요. 뉴스라고 하는 게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건데, 그 연결선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언론인들 외에는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냥 당연한 거라고 느껴서 그런 건지, 언론의 존재나 중요성 이런 것들을 다시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같이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경실 각 세대 별로 사용하는 미디어도 다르고 언론에 대한 생각도 차이가 있을 텐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이야기해 볼 기회가 너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경실 이사 조영수 협동사무처장
정리 김경실 이사 김봄빛나래 활동가
사진 조선희 활동가
▼날자꾸나 민언련 2022년 가을호(통권 222호) PDF 보기▼
https://issuu.com/068151/docs/_2022_861f229554e9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