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여름호] [여는글] 공영방송은 공공성 구현의 보루, 시민참여로 윤석열 정부 폭주 막자
등록 2022.08.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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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역사에는 잊어서는 안 되는 교훈이 많다. 비근하게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해 공영방송 구성원을 해고하거나 취재・제작 현장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권력과 유착한 무능한 경영진은 편파・왜곡보도로 공영방송의 신뢰도는 물론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해 방송 경쟁력도 떨어뜨려 공영방송을 황폐화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외쳤던 한나라당의 소원풀이를 한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인가?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보다 더 심각한 폐해를 야기한 행태는 미디어관련법의 개악이다. 대기업, 신문자본이 뉴스를 하는 방송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그 후 종편이 등장했다. 종편은 편파・왜곡 보도와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시사프로로 사회를 둘로 갈라 놨다. 갈등 증폭과 조롱으로 편 가르기에 앞장섰다. 이 모든 것이 신산업 성장 동력이라는 ‘신화’를 앞세워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배척한 결과다.

 

방송산업을 기폭제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따라 종편 4사를 승인했지만 방송의 정파화에 따른 방송의 신뢰도 저하, 종편의 약탈적 광고 영업에 따른 광고시장의 혼탁화만 가중됐다. 협찬을 매개로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뉴스를 광고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태가 확산됐다. 방송은 물론 무한경쟁에 내몰린 언론 전반에 '기사형광고'는 물론 광고성 기사의 만연을 초래했고, 심지어 PR회사를 통해 홍보 기사를 매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에게 전가됐다. 언론을 공공성의 관점이 아닌 산업, 이익 추구 수단으로만 접근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다.

 

윤석열 정부는 어떨까?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미디어 관련 정책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국정06」 과제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속내는 의심스럽다.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통해 공적 책임을 구체화하고 그 이행을 점검하겠다고 한다. 바람직한 접근이지만 주로 KBS, 그리고 EBS를 간간이 언급할 뿐이다. 그렇다면 MBC를 보는 윤석열 정부의 시각은 무엇인가. 역사적, 법적으로 공영방송인 MBC를 배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엣가시였던 MBC에 대한 대응은 별도로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항간에 떠도는 MBC 사(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못 의심스럽다.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정 27」은 이명박 정부의 산업 위주 미디어 정책을 다시 보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의 동반성장을 지원하여 산업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청년일자리 마련 및 국가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산업 성장동력'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처럼 공영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미디어는 산업적 측면으로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방송의 허가·승인, 소유・겸영, 광고・편성 등 규제체계 전반을 재검토해 불필요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등은 과감히 폐지 및 개선하겠단다. 현재 미디어 관련 투자가 적으니 투자가 늘어나도록 소유·광고 규제 등을 풀겠다는 것이다. 방송사업자의 대기업 기준·1인 지분제한 규제 완화, 지상파방송사업자 상호간·지상파방송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SO, 위성, PP) 간 겸영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광고는 일정 형식을 제외한 어떤 광고유형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OTT 콘텐츠 투자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은 확대하고, 규제는 최소화하는 부가통신역무로만 규정하겠다고 한다. OTT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외려 공공성 강화를 도모해야 하지만 관심이 없다.

 

공공성은 사회를 지키는 버팀목이다. 각자도생,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공성의 가치는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다. 민언련은 20대 대선 미디어정책 과제에서 ‘미디어기본권’ 개념을 제시하면서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의사소통과 시민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했다. 민주주의 주권자로서 시민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필요한 자원을 보장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공영방송은 공공성 구현의 보루가 되어야 하고,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공공성의 구현은 정책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만을 놓고 판단해도 윤석열 정부는 역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 나아가 공영방송 침탈까지 우려된다. 물론 이명박 정부보다는 더 교묘한 방식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시민의 권리를 확장하기는커녕 자본, 정치권력 등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다양한 주체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결국은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시민의 각성과 참여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각성한 시민의 집합체인 민언련은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내고, 더 나아가 시민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회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글 김서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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