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년 겨울호] [신입활동가인사] ‘김일성 만세’를 외쳐야 할 때
등록 2022.04.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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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안녕하세요, 신입 활동가 김창용입니다. 첫 문장을 읽고 놀라신 분도 아마 있을 텐데,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김수영의 시, ‘김일성 만세’의 한 구절이거든요. 지난 3월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이런 시점에 소식지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난감하네요.

 

대선 당일 아침에 일어나 결과를 보자마자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그의 발언 때문인데요, 그는 지난 3월 6일 의정부 유세현장에서 (언론노조가) “허위보도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왔다. 정치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 전에는 언론사의 파산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민언련에서도 성명을 내 비판한 발언들이죠. 이쯤에서 시의 뒷부분도 언급해야겠습니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시의 화자는 조지훈의 의견에는 ‘잠이 올 수밖에’라는 정도로 반응했지만, 장면의 이야기에는 ‘잠이 깰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계속해서 언론관이 왜곡됐다고 지적받아온 윤석열 씨가 후보에서 당선자가 된 지금, 김수영이 걱정했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은 실체화했다고 봐야겠죠.

 

개인적인 얘기를 조금 하자면 저는 민언련에 오기 전에 인권단체에서 약 2년간 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보 간에 별 차이가 없는 미디어 정책보단 윤 당선자의 사법, 젠더 부문의 공약을 더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선 소식을 접하고 ‘검찰 공화국’보다 ‘언론자유’를 먼저 걱정하는 제 모습을 보며 ‘내가 민언 련에 잘 적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은 순탄치 않을 겁니다. 민언련도 더 바빠지겠죠. 저도 아침에 하나만 보던 신문을 하루에 걸쳐 서너 개 정도 보고 있습니다. 사무처 식구들도 평소와는 다른 듯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사무처에는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만 들리고 있거든요. 회원님들은 저희와 달리 변함없이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회원님들께서 지지해주셔야 민언련도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김창용 민언련 활동가

 

▼날자꾸나 민언련 2021·2022년 겨울호(통권 220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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