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선거보도감시연대(위)와 2020년 총선미디어감시연대(아래)
마스크 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의 기온이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올해 봄은 자연의 계절만 바뀌는 게 아닙니다. 4월 7일 전국 21개 선거구에서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등 모두 21명에 대한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서울, 부산의 시장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실시되는 보궐선거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이번 재·보궐선거는 당내 경쟁뿐 아니라 여야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여서 민심 향방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왔는데,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를 체감하긴 이른 듯합니다. 오히려 ‘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아마 코로나19 사태가 미친 영향이 클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후보자들이 발로 뛰는 대중유세가 불가능해졌고,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의도치 않게 정치대화 실종현상을 낳고 있지요.
‘회전문 후보자’로 불리는 식상한 인물, 정치 피로감까지 더해져 민심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요.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검증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 바쁘고, 정치권의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강행으로 공방이 가열되면서 되레 보궐선거 핵심과제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정당별 후보가 정해지고 여야가 단일후보를 놓고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정작 걱정되는 것은 정치권 자체보다 언론입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힘들어져 TV토론 등을 통한 미디어선거와 유튜브·SNS 등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선거 중심으로 치러질 텐데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선거가 된 셈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당시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은 1992년 총선에서 시민들이 언론의 선거보도를 직접 감시하는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를 최초로 결성하는 데 앞장서며 주요 선거마다 언론·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선거보도감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초기 ‘양적 균형, 가치중립, 불편부당’을 촉구하는 운동에서 점차 유권자 관점의 정책중심 보도, 적극적 공정성에 바탕한 보도를 지향하는 선거보도감시준칙 제정으로 발전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언론인이 어떤 선거보도를 해야 하는지 제시한 선거보도제작준칙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언론 스스로의 실천입니다. 모든 언론이 저널리즘 교과서 수준의 선거보도제작준칙을 잘 지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언론단체가 오랜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선거보도감시준칙, 선거보도제작준칙이 이번만큼은 언론내부에서 활용되는 모습이 눈에 띄길 희망합니다. 선거보도제작준칙이 상징적 선언에 그치거나 빛바랜 서명으로 남는 게 아니라 취재·보도 현장에서 뜨거운 갑론을박, 살아 있는 논쟁의 대상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1992년 선거보도감시연대 첫 신문모니터팀 간사로 총선, 대선을 치른 기억이 생생합니다. 민언련으로 돌아와 3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 한가운데 섰습니다. 우리는 왜 지금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었는지를 잊지 않고, 언론이 권력의 편이 아닌 시민의 편에서 그리고 후보자 중심이 아닌 유권자 중심의 선거보도를 할 수 있게 매섭게 감시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사무처장 신미희
▼날자꾸나 민언련 2021년 2+3월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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