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몰려 놀지 않도록 당부한다는 아파트 단지 내 방송을 들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그래야 한다는 건지, 몇 명부터 몰려 논다고 보는 건지, 따로 놀면 괜찮다는 건지 찾아가서 따질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안 가고, 학원 문도 닫았는데 밖에서 노는 것까지 안 되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우리 집 아이들만 보더라도 친구 집을 전전하며 모바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도 해서 눈이 한데 모일 지경이다. 집에 서넛 명이 몰려와서 논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각자 게임 삼매경이다. 그런 꼴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쯤 되니 학업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정신 건강을 위해 등교가 절실하다.
늘어난 이용 시간, 커지는 언론의 역할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바깥 활동이 줄고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느니 TV나 스마트폰, PC 이용이 느는 건 당연하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스마트폰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이용자는 72.17%였고, 월평균 이용시간은 177.38분이었다. 지난 6월과 비교해 보면 스포츠와 보도 장르의 이용자 비율이 다른 장르의 비율보다 증가했다.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방송 시청 시간이 64.5분이 더 늘었다(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폰・PC 이용행태 7월 보고서 참조). 코로나로 뉴스 보도를 접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는 셈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서 경험했지만 방심하거나 독단적으로 행동할 경우 사회 전체의 고통이 커지는 건 한순간이다. 시민들이 사회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확인하는데 물리적인 제한이 있는 코로나 시대에 언론의 역할이 작지 않다. 가장 기본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한 사실 공유 수준을 상당 수준 높여주어야 한다. 사회 이슈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특정 이슈를 중요하게 강조하고, 이러한 이슈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중의 의견이 분열될 때에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담화를 유지해나갈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도 맡는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감염병보도준칙’(2020년 4월 28일 제정)을 발표한 것은 이런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보도준칙과 반대로 가는 언론
감염병보도준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가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할 것을 강조한다. 감염병 관련 기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감염병 보도에는 △질병정보 △확진환자 현황과 이에 관련한 정보 △국민행동요령 및 정부의 대책, 이를테면 감염병 확산방지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역사회와 국민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정확하지 않거나 오인할 수 있는 정보는 불안을 가중하거나 불필요한 보도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준칙을 지키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유도하는 문제 보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낸 모니터 보고서 <종편 코로나19 대담은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을까>(8월 28일), <종편 코로나19 대담, 자극적인 영상과 잘못된 정보 전달>(8월 31일), <방역엔 ‘뒷전’인 언론의 코로나19 보도>(8월 31일)를 보면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뚫렸다’고 하거나 ‘공포’, ‘대란’, ‘대혼란’과 같은 불안감을 가중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런 표현은 사태를 과장해서 전달한다.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시민을 위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와 분열과 갈등에 누구도 지치지 않도록
자,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코로나 방역에 고생한 의료진은 누구일까?’ 1번 의사, 2번 간호사. 이 문제를 낸 출제자가 의도한 답은 1번이다.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모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가 검증한 내용이다. 기사는 방역에 참여한 의료진 중에 의사 수가 간호사 수보다 많았다는 걸 지적하려 했다. 이런 판단에 인용한 근거는 보건복지부의 4월 보도자료였다.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발생 100일을 맞아 <숫자로 보는 100일째 기록>이라는 통계를 냈는데 참여 의료진 수에서 의사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비중보다 5.1%가 더 많았다.
그런데 이 통계는 폭염의 여름에 나온 자료도 아니고, 의사 수보다 간호사 수가 더 많다고 해서 더 고생했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보면 질문의 의도 자체가 찜찜하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시기에 맞물려 쓴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의료진 사이의 분열은 대통령이 페이스북 글에서 이미 조장했다’며 책임을 면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는다. 그저 감소할 뿐이다. 반대로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시민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확인시켜주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제시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코로나에 지치지 않도록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글 김수정 정책위원 겸 이사
▼날자꾸나 민언련 2020년 11월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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