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의 보도 특성은 여러 각도에서 표현할 수 있지만 간혹 ‘경박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눈에 띈다. ‘경박’이라는 단어는 ‘생각이 깊지 않고 조심성이 없어 말과 행동이 가벼움’이란 뜻인데 언론의 한 측면도 이 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일부 기사의 제목을 보면 전체 내용을 축약한 것이 아니라 궁금증을 유발해 클릭을 유도하거나 ‘사람이 개를 무는 식’의 내용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글을 퍼 나르기 바쁘다.
세상을 보는 눈은 ‘십인십색’인데 뉴스엔 한쪽만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글을 보면 칼로 두 조각내듯 단정적이거나 극도의 감정적인 단어를 앞세워 촌철살인 식의 표현 기법이 주를 이룬다. 삼라만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것은 세상을 살피고 해석하는 시각이 대부분 십인십색이기 때문이다. 이는 언어학자들의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다. 지구촌에는 현재 약 5천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소멸한 언어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같은 소리를 들어도 그것을 활자화하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닭 우는 소리를 한글 표기는 ‘꼬끼오’라고 하지만 영어는 cock-a-doodle-doo이고, 고양이의 ‘야옹’ 소리는 meow, 뻐꾸기의 ‘뻐꾹’ 소리도 cuckoo다. 같은 동물의 소리라 해도 청각기관을 거쳐 머릿속에서 표기하는 판단은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다.
뉴스와 같은 정보가 전달되는 효과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뉴스가 대중에게 폭발하는 화산과 같이 직접적, 충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는 ‘탄환이론’, 대중은 유력한 오피니언 리더 등이 해석한 견해를 걸러서 받아들인다는 ‘다단계이론’, 자기 확신을 보강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일관성 유지이론’ 등이 있다. 같은 정보라 해도 상황에 따라, 개성에 따라 전달되는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대중매체는 어떤가? 내로남불, 진영논리에 갇혀 소금의 역할을 생략하거나, 섬뜩하고 한 쪽에 치우친 단어와 논리로 가공된 트위터나 페이스북 속 정보를 퍼 나르고 있다.
트럼프와 진중권
오늘날 누구나 SNS를 통해 정보 생산과 유통이 가능하고 그것이 대중매체의 주요 뉴스로 대접받는 일이 흔해졌다. 이는 유사 이래 최초, 최대의 정보유통 현상으로 민주주의의 진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엄청나다. 그러나 초기라서 그런지 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짜뉴스로 명예가 훼손되거나 지탄받는 식의 큰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대단히 심각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6개월간 2만 55회, 하루 평균 16건에 해당하는 거짓말과 잘못된 주장의 트윗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중매체가 자신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면 가짜뉴스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일을 일삼았다. 그의 재선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21세기 정보환경을 제멋대로 활용했던 케이스로 기록될 만하다.
진중권 전 교수의 경우도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해 개성적인 글들을 생산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만물박사가 아닌 한 백화점식의 다양한 생산물을 쉬지 않고 생산, 공개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거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진 전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가운데 김원웅 광복회장에 의해 촉발된 친일 논란과 관련해 남긴 말이 눈에 거슬렸다. “어휴, 유치해서 못 봐 주겠네”, “‘울 아빠는 김구야’, ‘아냐 이승만이야.’ 세트로 육갑들을 떨어요.”, “프레임 깔려고 잔머리 굴리는 중이니까. 이념시비에 말려들 필요 없습니다.”
일부 언론이 퍼다 나른 진 전 교수의 표현 속에 근현대사에 대한 본인의 지식, 평가와 현실 정치논리가 들어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해도 사실관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문제이고, 8‧15 광복절을 맞아 친일청산이 미완인 상황을 지적한 것을 정치 공학적 논리로 먹칠했기 때문에 이 또한 적절치 않다. 그가 4월 총선 이전에 ‘민주당만은 찍지 말자’라고 했지만 선거 결과가 나온 뒤 그에 대해 책임지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이쯤 해서 공자께서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고 해야 하느니라”라고 한 가르침을 되새겨 볼 일이다. 공자님 가르침은 세상사가 다인다과(원인이 많고 따라서 결과도 다양하다)이고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 힘드니 최대한 조심하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라는 뜻이다. 부처의 가르침 중 하나도 ‘제행무상 용맹정진’인데 이 말뜻은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으니 득도, 성불했다 해서 게으름 피지 말고 계속 공부 하거라’ 쯤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뉴스를 포함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대중매체의 몫이다. 하지만 그 격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정보 전달에 급급하면서도 큰 것을 놓치고 있어 유감이다. 언론자유의 공간을 좁혀놓은 국보법에 침묵하고 평화통일 논의를 제약하는 미국에 예속된 군사동맹관계에 눈을 감는 것은 언론의 활동 공간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것과 같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활발하게 다룬다면 그만큼 언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언론은 공공과 공익성에 기여하기 위해 제4부의 영역을 정교하게 확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사회적 목탁과 같은 의제설정 기능을 생략하면 특정 집단의 나팔수로 전락하기 쉽다.
글 고승우 이사
▼날자꾸나 민언련 2020년 9.10월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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