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무처장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2014년 민언련 활동가로 돌아올 당시, 저의 마음은 돌덩이였습니다. 지방선거보도감시단으로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해 4월 세월호 참사가 있었지요. 솔직히 저는 하루하루가 ‘땜질처방’이었습니다. 원래 제가 주도면밀한 사람도 아니기도 했지만, 당시 언론 상황이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기에는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언론의 문제를 기록하기엔 우리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안간힘을 쓰며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조금씩 더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고요.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 활동 이후 우연히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민언련은 ‘6천 회원’이라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저는 많이 지쳐갔습니다. 사실 이전엔 ‘돈만 있으면’ 더 넓고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더 많은 사람과 더 큰 일을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민언련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언련에 대한 많은 요구를 잘 반영하는 것은 늘 부담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회원 탈퇴가 늘어나서 이제 5천 회원을 겨우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핸드폰에는 민언련 메일이 상시 로그인되어 있는데 회원탈퇴 고지 메일이 오면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그나마 탈퇴 사유에 민언련에 대한 실망의 뜻이 없고 ‘경제적 사유’가 적혀있으면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사정이 나아지면 돌아올게요”, “미안해요”, “힘내세요”라는 메모를 보면 또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저도 남들에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을 쉽게 했는데요. 막상 그게 제 일이 되어 보니 상황을 유지시키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여서 그만 노를 놓고 배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건 모두 ‘행복한 비명’이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사무처장으로 일하는 동안 민언련이 많이 성장했고, 그걸 어느 정도 유지했다는 점에서 저는 행운아입니다. 그리고 3월 총회에서 저를 공동대표로 선출해주셨고, 운영위원회 결정으로 상근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언론개혁 요구가 중요한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 제가 사무처장이 아닌 대표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많이 생각하겠습니다. 김서중 상임공동대표, 신미희 신임 사무처장과 충분히 논의하여 제 역할을 찾겠습니다. 저는 ‘민언련 포커스’를 쓰는 것이 늘 부담이었는데, 정작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네요. 그동안 저에게 성에 안차는 것이 많아도 늘 힘내라고 격려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신미희 처장이 들려드리는 민언련 이야기를 많이 기대해주세요.
2020년 4월
사무처장 김언경
[날자꾸나 민언련 4월호 PDF 파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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