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책‧영화 속 언론 이야기] 당신이 믿었던 <말> 이야기
등록 2019.11.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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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내부의 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언론자유 시대가 온다’

‘시민언론운동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언론은 제 노릇을 하고 있는가’

 

언론에 대한 낙관과 비관 사이의 문장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간행물 속 기록입니다. 저는 현재 민언련에서 아카이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문장들을 문서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35년, 지나온 민언련의 과거를 되짚고 있습니다. 그 기록물의 중심에는 월간 <말>이 있습니다. 민언련의 벽면 하나를 채우는 월간 <말>은 민언련의 기관지로 창간되었으며 정보 독점 시대 시민들에게 은폐된 진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근현대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말>

이런 <말>의 기사를 발췌 해놓은 책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이 지난 10월 출간됐습니다. 1990년 6월 <말>은 은폐된 일본군의 한국전쟁 참전의 실상을 다루며 감춰진 역사의 이면을 조명했습니다. 또 1991년에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며 국가 권력이 조작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감추고 개인을 탄압한 역사를 담았습니다. 1990년,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을 잔혹하게 학살했고, 그것이 ‘세계평화’라는 미명하에 미국의 전쟁전략에 이용됐다는 진실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학생운동의 야사와 노동자 투쟁 등 국가권력에 맞선 시민들을 다루며 시민권력의 출발과 성장 과정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2019년 인터넷은 전 세계의 진실을 전하고 있지만 30년 전 한국 사회를 전해주는 곳은 <말>밖에 없었습니다. <말> 창간호를 8,000부 팔았다고 하니 당시 시민들이 <말>에 기대했던 바가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은 교과서에서 설명하지 않았던 근현대사의 맥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다르지 않은 한국 사회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은 30년 전의 기록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정의로운 판사는 구색 맞추기용이고 시류에 영합하는 판사는 잘 팔린다” 5공 시절 경인 지역 법관들에게 나돌았던 유행어입니다. 법관의 법률적 자유보다 조직에 순응하라는 말은 시대의 강압이라 코웃음 칠 법하지만 2019년 이 일은 재현됐습니다. 양승태 사법농단의 실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탄희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이용해 개혁적 성향의 판사를 사찰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와 판사의 인사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법농단뿐 아니라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도 여전합니다. 일제강점기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약”이라고 했던 조선일보는 2019년에도 친일적 보도를 했습니다. 일본의 무역 보복 논란이 있을 무렵 조선일보의 일본판 기사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반일감정에 불붙이는 청와대’라고 번역하고,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에 실린 사법권력과 언론권력의 횡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음을 비춥니다. 권력이 공익을 향하지 않고 사익을 향할 때 사회는 부패합니다. 이를 견제할 시민 권력과 권력의 민낯을 비출 기록은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말>의 기록, 기록의 중요성

“‘알 권리’는 진실을 알 권리이다. 허위를 알 권리는 아니다. 허위는 진실과 대조적으로 알아야 할 뿐이다… 은폐·조작·축소를 눈감아주는 게 ‘알 권리’일 수는 없다”

 

 

1991년 김중배 선생이 <말>지에 기고한 글은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을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선생은 알 권리를 통해 언론은 정확히 전달해야 하며, 시민은 정확히 알아야 함을 말합니다.

 

 

과거 <말>은 시대의 잘못을, 정부의 은폐·조작을 기록해 추악한 한국의 민낯을 기록했습니다. 시민에게 대한민국을 정확히 알면 지금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기록이었습니다. 30년 전 한국에 희망과 신뢰가 되었던 자료는 ‘오래된 비판’이 되어 미래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반성을 요구합니다.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를 봅니다.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역사적 교훈이었습니다. 『오래된 비판 그 후 30년』이 이 시기 우리 사회에 온 이유 또한 과거의 바로 잡지 못한 역사가 이제는 제 진실을 찾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진실의 본바탕에는 정확한 기록물이 필요합니다. 제가 하는 민언련의 아카이브 작업 또한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를 보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기록물이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 과거와 미래를 엮는 일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미향(인턴)

 

 

*책‧영화 속 언론 이야기는 이번호부터 신설된 코너입니다. ‘언론’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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