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민언련 35주년 창립기념식이라는 올해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남아있고, 곧이어 총선보도감시연대도 준비하면서 2020년은 시작부터 숨이 가쁘게 달려야겠지만, 아무튼 2019년을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2019년은 어땠나요? 저는 2019년은 늘 그렇듯이 바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비판하는 상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가진, 절대 기죽지도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언론 권력이기에 그만큼 저 스스로도 철저하게 노력해야 했는데 너무 많은 일상에 치이면서 부족함이 커져갔습니다. 하나의 일을 마무리하면 그만큼 변화가 있어야 보람을 느끼고 다시 힘을 내는데,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는 매일 쌓이기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게다가 민언련이 일을 열심히 할수록 민언련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일은 더욱 많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모두 대처할 수는 없으니 뭔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언련 활동가들 모두 비슷한 안타까움이 있을 겁니다. 개인적 관심사가 있는 사안의 언론 문제는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에 더 잘 분석해서 대응해보고 싶은데, 모두들 마음만 바쁘고 일은 항상 밀려있으니까요.
그래도 올해 한 일들 중에서 5‧18민주화운동, 성 평등, 이주민 인권 관련 모니터를 진행한 것은 마음의 큰 위안을 줬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월요일, 이주여성을 모시고 진행한 토크쇼에서는 주로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이나 시청자 모두가 너무 자연스럽고 사소해서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장면에 이주민 분들은 차별을 느끼고 계셨고 그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예를 들면 맵거나 토속적인 한국 음식을 먹으면 “한국인 다 됐네”라며 칭찬하는 내용이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데, 당사자들은 이런 장면이 쑥스럽고 불편하다고 합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토크쇼에 민언련 회원은 물론이고 언론인 지망생들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이번 모니터를 진행하며, 민언련이 마음 쓰고 실천해야 할 일이 휠씬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 성 평등과 이주민 인권 관련 유튜브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보고서와 동영상을 내놓을 때마다 달리는 비판적 댓글을 보면서, 이런 지적에 위축되지 않고 더욱 합리적인 콘텐츠로 많이 소통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언론을 기레기라고 말하지만 타인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 안에 있는 ‘사소하지 않은 차별’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그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운동을 더 많이 하는 2020년의 민언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11월
사무처장 김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