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은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쿨’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자 지난 두달 간의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난리통의 시간이 갑자기 2007년으로까지 확장되는 인식의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람의 현실인식이란 것이 겨우 이 정도인 것이었나, 겨우 이 정도 현실 인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온 나라가 두달 동안 휘둘렸던 것일까, 이런 사람이 총장으로 있는 검찰발 보도를 그 똑똑하다던 언론인들이 받아 썼던 것인가, 아니 정말 이런 사람이 검찰 총장을, 그것도 촛불로 탄생했다고 스스로도 자각하는 정권에서 임명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이거 정말 큰일이다 싶었다.
아마 이 ‘쿨’한 말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 쓰는 글의 내용은 검찰의 프레이밍과 그 프레이밍에 놀아나는 언론의 어수룩함에 대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의 ‘쿨’한 한마디는 그렇게 한가한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사람은 자신의 인식체계 안에서 사고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당시가 쿨했다고 생각한다는 건 그가 당시의 사회 시스템을 총체적이든 부분적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 잘 알고 있듯 이명박 정권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많은 해악을 끼쳤고 그 해악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하나하나를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너무나 많은 잘못이 있었다. 그런데 ‘쿨’ 하다고?
도대체 어떤 부분이 ‘쿨’하다고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기 위해 그의 말 전문을 옮긴다.
"제가 직급은 달랐지만 하여튼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을 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나고요. 박근혜 정부 때는 다 아시는 거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논란이 되지 추가로 밝힌 해명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명박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이 가장 잘 보장됐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이 없다고 대검찰청이 밝혔다.
대검 대변인실은 18일 “어제 국감 중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입니까? 중립을 보장하고 있습니까’라는 모 의원 질의에 윤 총장은 과거 본인이 검사로 직접 처리한 사건을 예로 들며 이명박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순차적으로 검찰 수사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대검은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보고를 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해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으나, 해당 의원이 답변 도중 다른 질의를 이어감에 따라 답변이 중단됐다”고 해명했다.
나중에 문재인 정권 칭찬하려고 했다는 말은 누가 봐도 변명이기에 논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처음 했던 말의 신빙성을 높혀준다. 해명까지를 포함하여 윤석열 총장의 말을 통해 해석되어지는 그의 인식체계는 ‘검찰이 구속하려고 할 때 방해하지 않으면 쿨한 것’이다.
이건 정권의 중립에 대한 답이 아니라 검찰의 ‘자유’에 대한 답이다. 이철희 의원은 검찰의 ‘중립’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윤석열 총장은 검찰의 ‘자유’에 대해 답을 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검찰의 자유’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말이 ‘검찰의 독립’인데, 검찰이 현재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게 사실상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사실상의 독립과 자유’를 누리기 때문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검찰 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총장은 당당하게 ‘검찰이 자유를 누려서 이명박 정권은 쿨했다’라고 답을 한 것이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이 사람은 굉장히 위험하다. 질문과 답이 다른 프레임 안에 놓여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반개혁의 프레임을 ‘쿨’하다는 비속어로 국감장에서 툭하니 내뱉은 것이다. 언론이 눈치채야 하고, 분석해야 하고, 비평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언론만이 해줄 수 있다. 오직, 검찰로부터 독립한 자유로운 언론만이...
김진혁 이사
2019년 11월 날자꾸나 민언련 PDF 파일로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