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본다. 막장 드라마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조국 장관 인사 청문회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모습은 허접하고 참담했다. 장관의 자질이나 능력과는 아무 관련 없는 온갖 잡스러운 정보들로 미디어는 가득했다. 시시껄렁한 것까지도 끌어 모은 그야말로 ‘쓰레기더미’였다. 사이 발생하는 배경과 맥락이 없이 단편적 사실들이 넘쳐났다. 돈과 권력 대신에 국민 최대의 관심사이며 아픈 고리인 대학 입시가 차지했을 뿐이지,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온갖 풍문을 만들고 개연성 없는 조각들을 자극적으로 나열해 시청자의 눈을 붙잡아두려는 막장 드라마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그런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부풀려지고 악의적으로 끼워 맞춰지면서 유튜브 등에서 마구 쏟아지는 다른 가짜 뉴스의 진앙지이자 숙주 구실을 했다.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이후에는 ‘한국언론 사망’ ‘기자들의 질문수준’이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불신을 넘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광기의 한 달이였다. 아무것이나 그냥 내지르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진보와 보수 언론들간에도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거의 모든 언론인들이 조국 일가에 대한 의혹 부풀리기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언론인답지 못하다’는 집단적 강박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었다.
문제는 이런 언론에 대해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국민은 결국 기자들이 쏟아낸 보도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이런 아수라장을 만들어낸 자신들의 힘에 뿌듯해할지도 모르겠다. 언론의 의제와 여론 주도력이 시나브로 사위어가면서 열패감이 쌓이고 있는 차에 이번에 힘을 과시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조국 보도참사’는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깊게 했고, 언론은 스스로의 쇠락을 촉진했을 뿐이란 점이다.
반면 시민들은 SNS 등을 통해 언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의제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언론들의 도발로 인해 형성된 의제를 주로 방어정도에 그친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 의제와 논란이 사회적으로 더욱 커지게도 했다. 덕분에 언론의 시청률과 클릭 장사는 짭짤한 재미를 보았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기레기’라는 조롱과 비난만으로는 언론 현실을 바로 세울 수는 없다. 애써 기존 언론의 힘은 이제 거의 쓰러져 가는 것이라며 외면할 수만도 없다. 여전히 언론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자유언론을 상징하는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을 언론광장에 세웠던 것도 그런 의미였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만 벗어나면 공정하고 진실보도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무너졌다. 아마 곧 언론사에 남을 참담한 보도에 대해 다양한 진단과 평가가 나올 것이다. 저널리즘 정신이 왜 쇠락했는지를 분석하고, 어떻게 복원할지 해법이 제시될 것이다. 언론인 스스로 자성해야한다는 내부 비판과 성찰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맥락과 본질에 접근하려는 치열한 기자정신의 실종을 비롯하여 사회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과 의식 수준 그리고 저널리즘에 대한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을 것이다. 기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이 거론될 수도 있다. 언론 구조와 제도 개혁에 무게를 줄 수도 있다. 언론의 취재와 보도방식을 결정하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 자기성찰을 통해 스스로 개혁을 해낸 역사적 사례는 드물다. 뼈를 깎는 반성은 일과성이거나 선언에 그치기 일쑤다. 자기 방어논리와 합리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에도 얼마나 많은 언론인들과 언론현업단체들이 사과와 반성의 목소리를 냈던가?
문제는 언론자유 정신이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구체적 실천이다. 결국은 시민들의 참여만이 희망이다. 이번 청문회 보도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어지간한 전문가들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을 내놓았다.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그나마 공론장이 언론의 일방적 보도에 휘둘리거나 붕괴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언론에 대항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통하여 언론 개혁을 함께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언론운동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민들의 뜻을 어떻게 언론개혁운동에 담아내는가가 관건이다. 민언련은 회원들의 뜻과 지혜를 모으려고 회원 소통 설문단을 구성하였다. 늘 회원들의 의견에 귀를 열어놓는다지만 더 다양한 방식으로 회원들의 뜻을 활동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설문단에 응해주신 분들의 적극적이고 참신한 제안을 기다린다.
정연우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