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시사 없는 방송 3사 시사 프로 (2014년 3호)
등록 2014.04.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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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없는 방송 3사 시사 프로


조민혁 방송모니터분과 회원 l cmh5057@gmail.com


지상파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공중에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의제설정자 역할을 한다. 탐사보도가 선택한 소재는 사회 공동의 문제로 인정되고 그 심각성에 으레 높은 점수가 매겨지기 마련이다. 시청자는 방송매체에 높은 신뢰도를 보내고 있으며, 탐사보도를 통해 소개되는 주제가 영향력과 중요도에 따라 선별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공익성을 갖춘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방송분과는 지난 11월 3일부터 2월 15일까지 지상파 방송3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을 분석 했다. 이 기간 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공무원 간첩사건 등이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시청자에게 알려져야 할 중요한 사건들이 다양하게 산재해 있는 동안 지상파 방송3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이 아이템들을 어떻게 다뤘을까? 최근 탐사보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대안언론 <뉴스타파>와 방송3사의 보도양태를 비교분석하였다.



전체 보도건수(방송사별) 대비 정부/정책/안보/국정원 영역 보도건수 비율에서 뉴스타파와 지상파 방송3사 간 큰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의 경우 전체보도 건수 중 58.9%가 정부/정책/안보/국정원 영역 관련 보도였다. 반면 KBS는 같은 영역에 12% 만을 할애하였으며, MBC는 7.8%, SBS는 4.5%에 불과했다. 

  세부주제별로 비교할 때 차이는 더 명확히 드러났다. 국정원 대선개입, 민간인 불법사찰, 공무원 간첩사건, 박대통령 평가, 아프리카 박물관 인권침해, 송전탑 주민피해 등 현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에서 뉴스타파가 40건의 탐사보도(전체보도 대비 13%)를 쏟아내는 동안 방송3사는 단 1건의 보도(KBS ‘취재파일K’/국정원 대선개입)만을 방영했다.

방송3사 탐사보도의 분량 편성도 아쉬웠다. 방송분과는 11월 3일부터 2월15일까지 제기된 다양한 이슈들 중, 뉴스타파의 보도를 기준으로 29개의 주요아이템을 선정했다. MBC는 주요아이템을 주제로 11건의 보도를 방영했는데, 1개 보도(미혼모 인권)만이 50분 분량의 단독 아이템 프로그램(PD수첩)에 편성되었으며 나머지 10건은 15분 분량의 다중 아이템 프로그램(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방영되는데 그쳤다. SBS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요아이템을 포함하는 14건의 탐사보도 중에서 단독 아이템 프로그램(그것이 알고 싶다)으로 방영된 보도는 1건(아동인권)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건의 보도는 다중 아이템 프로그램(현장21, 궁금한 이야기Y)으로 다뤄졌다. (‘주요 아이템 프로그램별 분석표’ 참조)

  방송3사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의 소재 선택은 대체로 아쉬운 수준이었다. KBS는 개인정보유출, 캄보디아 사태 등의 소재를 비교적 발 빠르고 상세히 보도했다. 시의적절한 문제제기를 통해 사회이슈로 부각시킨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철도민영화, 민간인사찰 등 정작 중요한 이슈들은 탐사보도로 다뤄지지 않았다. ‘대선개입’이라는 무거운 아이템을 15분 분량의 취재파일K에 편성한 점 역시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SBS는 <현장21 “누구를 위한 동물원인가?” 12월 10일 방영>, <궁금한 이야기 Y “미스터리 싸인?… 11월 29일 방영> 등 인간관심사 영역 보도가 19건 (28.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익성과 정보의 영향력보다 오락성을 중시하는 민영방송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3개월간의 탐사보도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민감한 주제를 비켜가려는 방송3사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선개입과 공무원 간첩사건, 철도민영화 논란 등 중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으나 방송3사는 탐사보도로 조명하지 않았다. 이처럼 높은 공익성과 영향력을 충분히 갖춘 소재가 탐사보도의 아이템으로 선별되지 못한 것에 대해, 방송사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탐사보도는 사회의 문제점을 공적 토론의 장으로 이끄는 의제설정자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감시의 눈은 성역이 없어야 하며 내외부적 영향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한다. 시민은 여전히 ‘탐사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