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길을 갈 수 있는 방법, 용기
강선일 회원 l duperduke@naver.com
실로 ‘머나먼 길’이었다. 1,000쪽에 달하는 책을 다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만델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을 읽는 것은 제목대로 멀고도 험난한 길을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정도로 두꺼운 책을 읽은 적이 그리 많지도 않다. 사실 원고 마감기한 때문에 후반부 들어선 책을 급하게 보느라 내용을 제대로 소화 못 한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감동은 크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한평생은 정말로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이었다. 한평생을 남아공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운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길 기원하며 싸우고 또 싸웠다. 그 과정에서 시련도 많았고, 스스로에 대한 고뇌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성숙한 운동가이자, 27년간의 감옥 생활도 극복해낸 ‘불굴의 투사’로 우뚝 섰다. 그리고 그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유사 이래 최악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가 그 머나먼 길을 간 끝에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난 이 글에선 ‘용기’를 그의 승리 요인으로 꼽고 싶다. 좋게 말하면 용기고,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깡’이다. 그렇다. 만델라는 ‘깡’으로 철철 넘치는 사람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를 펼치는 남아공 국민당 정권 하에서, 수도 없이 인종차별주의자들로부터 인간적 권리를 무시당해도 “이건 말도 안 돼!”라며 권리를 호소했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 과정에서 체포당해 재판 받을 때도 항상 논리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흑인들의 투쟁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그 ‘깡’의 원동력은 만델라 자신과 그가 몸담은 ANC(아프리카 민족회의)를 뒤에서 항상 지지하는 남아공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만델라의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흑인만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흑인은 말할 것도 없고 남아공 거주 인도인(영국의 식민지였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남아프리카엔 인도인 이주민들이 많았다), 혼혈인, 그리고 양심적 백인들 또한 만델라와 ANC의 투쟁에 큰 힘을 보탰다. 또한 보수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까지 모두 ‘인종차별 철폐’라는 최대 모순을 극복하고자 신앙과 정견의 차이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대동단결’이야말로 만델라가 용기 있게 신념을 지켜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을 믿는 데서 발현된 용기는 로벤 섬에서 27년 간 이어진 감옥생활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많은 고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그는 세계인들 앞에 승리자가 되었다.
만델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슨 일을 하든 함께 하는 사람을 믿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통해 용기를 생성해 나가는 것은 길고 긴 세상살이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한편으로, 나는 그 동안 내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믿으면서 살아 왔는지 반성한다. 내가 그 동안 용기가 부족했던 가장 큰 원인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지 반성한다. 그 신뢰와 용기가 없다면, 험난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모진 풍파에 나도 모르게 휩쓸릴지도 모르고, 시련을 꼿꼿하게 이겨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시금 각오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으면서, 내 스스로도 더욱 용기를 가지고자 한다. 그것만이 내가 <만델라 자서전>의 두께보다 훨씬 머나먼 길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두 서로를 믿고, 그럼으로써 용기 있게 살아가는 2014년 갑오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