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민언련이 살았는데...
박병학 활동가 l ride20@naver.com
안녕하세요. 민언련 박병학 활동가입니다. 볕은 점점 따스해지고 있건만 여전히 ‘겨울왕국’인 것만 같은 이 망측한 나라에서 다들 무사히 버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소식지 맨 앞에 있는 김은규 선생님의 ‘여는 글’을 읽으셨다면 <e-시민과언론>에 ‘언론운동사’라는 꼭지가 들어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언론운동사라고 부르면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그 꼭지를 맡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 민언련에 들어온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활동가가 어떻게 언론운동사를 건드릴 수 있겠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방 이후 온갖 신문들이 앞 다투어 뿌려지던 시절에서 재벌 언론들이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있는 지금까지의 역사는 저도 책 몇 권 읽어 알게 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민언련, 또는 옛 이름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의 역사로 좁혀 들어간다면, 그리고 언협이 처음 세상에 나타날 즈음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고 당시 언론의 얼굴은 어떠했는지부터 차근차근 더듬어 들어간다면, 이미 언론운동사를 다룬 자료들이 책으로든 영상으로든 적잖게 나와 있기도 하니 그것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민언련 활동가로서 한번쯤은 해 볼 만한 작업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자료가 많더라도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저 혼자 되짚어 볼 수는 없습니다. 민언련의 어제와 오늘을 정리하며 한국 언론운동사의 윤곽까지도 그려 나가기 위해서는 괴물 같은 군사독재 정권과 맞서 싸우며 그 모진 시절을 흔들림 없이 버텨 낸 많은 분들의 힘을 빌려야 했습니다.
지난 1월 10일, ‘민언련 30주년 기념 약사발간 자문회의’가 있었습니다. 임재경 선생님, 성유보 선생님, 김종철 선생님, 신홍범 선생님 등 언론계의 ‘큰 어르신’들께서 민언련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많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회의에는 박우정 이사장님과 신태섭·박석운 대표님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2월 6일에는 언협과 『말』지가 만들어질 무렵 함께 하셨던 분들을 모신 ‘2차 자문회의’가 있었습니다. 1차 회의에도 오셨던 성유보 선생님과 신홍범 선생님 말고도 언협 초창기 간사로 일하셨던 정의길 선생님, 정수웅 선생님, 이화영 선생님, 언협 2대 사무차장 이석원 선생님, 그리고 언협 창립발기인들 가운데 한 분이신 현이섭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2차 회의 뒤풀이 때는 오랜만에 만난 ‘언협 식구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시느라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하셨습니다. 『말』지를 만들 때 있었던 이런저런 일화들부터 언협의 숨은 뒷이야기들까지, 뒤풀이 자리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앞으로 제가 쓰게 될 ‘민언련 약사’에 고스란히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두 번에 걸친 회의는 끝났지만 앞으로 저는 더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겪었고 어떤 가치를 지키고자 어떤 새로운 일을 벌였는지, 저는 많은 분들을 닥치는 대로 만나 꼬치꼬치 캐물어야 합니다. 제가 시작하려는 작업은 얼마 있으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그때 당시의 기억들을 그러모아 조각조각 맞추어 큰 그림을 그려 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연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몸과 마음을 쏟아부어 보려고 합니다. 머지않아 <e-시민과언론>을 통해 회원 분들께 선보이게 될 ‘민언련 약사’를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