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책] 이 세상의 붕괴를 막으려면 (2014년 4_5호)
등록 2014.05.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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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붕괴를 막으려면

「대붕괴」 (폴 길딩 지음 / 두레, 2014) 


이병국 회원 l xxnnn@daum.net 



‘인간은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숙주를 파괴시킨다.’ 이 책을 통해 더욱 절감하게 되는 말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은 가이아 이론에서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유기체가 되지만, 인간은 그저 파괴적 확장을 통해 숙주를 죽이는 바이러스일 뿐이다.


미디어를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내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구가 한계 상황을 뛰어넘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고, 세계가 전시체제와 같은 강도 높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는 섬뜩했다. 지금의 경제사회적 규모를 유지하려면 지구가 1.4개 필요하고 2030년에는 지구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는 구체적으로 심각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이것을 보면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론에 젖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간도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조상이 그러했고, 지금도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부족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먹을 만큼 잡고, 키우며 쓸 만큼만 가져간다.


그러면 왜 인간은 왜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가? 이 책에서는 그 원인으로 ‘소비 지향적 성장제일주의’라는 진단을 내린다. 결국에는 망할 놈의 자본주의다. 성장이 이데올로기화 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아래서 정부와 기업은 GDP와 매출 증대에 목을 매고 인간은 그것을 떠받치기 위해 소비하는 동물로 전락해 버렸다. 게다가 미디어에서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구매하도록 부추기고, 얼마나 많이 가졌나 하는 것으로 성공의 척도를 판단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런 체제 아래서 지구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성장을 추구하는 정도의 누적에 따라 급속히 소진된다. 아니 실제로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다른 물질로 변환된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지구가 미처 수용할 수 없는 좋지 않은 물질들로 변환되고 배출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표적으로 온실가스를 꼽으며 이것이 지구를 파멸로 몰고 갈 가장 큰 원흉으로 본다.


그러면 우리는 계속 바이러스 같이 지구와 그 속에 많은 생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어야만 하는가?

답은 우리 인간도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처럼 유익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는 인류 멸망을 얘기하는 비관론자이면서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낙관론자였다. 


좀 재밌게 설명하자면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일평생 쓰고 죽어야 할 이른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법칙이다. 그래서 내버려두면 알아서 정신 차려 인간 노릇 한다는 이론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정부, 기업, 미디어 그리고 소비자로서의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릴 때까지 ‘지랄’을 하면 지구는 그에 대한 화답으로 자연 재앙을 선물할 것이고 인류는 심각성을 인식하여 ‘대각성’을 통해 조직적이고 신속하게 대응을 해나가 결국에는 망나니가 인간으로 변하는 것처럼 그것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는 거다.


참 느긋한 저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위기에 대한 분석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법 및 사례들이 꽤 설득력 있게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은 SF영화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환경 파괴에 의한 인류 멸망이 바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극복 또한 이미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참여를 요구한다. 나 자신도 적극적으로 뭔가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을 2009년쯤에 완성했다.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침출수가 계속 유출되는 대재앙이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인 폴 길딩이 2011년 이후에 이 책을 출간했다면 아마 느긋하게 낙관론을 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온실가스와 원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