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총파업에 다녀와서
전다은 회원 l ekdms302@hanmail.net
지난 2월 25일 열린 ‘2·25 국민총파업’은 박근혜 정부 1년이라는 상징성으로 언론노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시민단체와 노조가 참여했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서 파업집회가 열려 규모도 컸다. 하지만 그 규모가 어떻든 집회나 파업농성장 등에 가보면 항상 느껴지는 무력감이 있다. 명동성당 앞에서 본 현상윤 KBS PD의, 시청광장에서 본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절규들은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
여러 시민단체들의 활동가들을 만나면 그들의 삶이 망가지고 있는 것이 제 3자인 나에게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활동을 하면서 얻는 보람과 실제적 성과들이 없지 않겠지만, 그것에 비해 감내해야 하는 희생은 너무나 큰 까닭이다.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행인들을 봤다. 명동성당 집회가 끝난 뒤 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하는 동안 거리에는 떡볶이를 사먹는 학생들에서부터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들고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 등 수많은 ‘국민’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이 참된 국민이 아니라서? 아니면 국민총파업이 홍보가 잘 되지 못해서? 그도 아니면 평일이어서?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하지만 누리지 못하고 있는 권리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며 매달리는 한 인간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눈빛으로 그 사람을 바라 볼 수 있을까? 내가 이 날 길거리에서 본 사람들의 눈빛은 감히 하지 못할 일을 미련하게 하는 사람들을 향한 경외심과 한심함과 이질감이 뒤섞인 그런 눈빛이었다. 이 일이 감히 하지 못할 일이 아니게 하려면,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미련한 사람이 아니어도 되게 하려면, 우리는 이 일을 나누어야 한다. 희생하고 또 희생하는 소수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조금씩 짐을 나누어 걸어가야 할 몫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행동은 생활 속에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여야 할 것이다. 비정상적인 권력과 불합리적인 제도에 대한 저항은 우리 모두가 응당 해야 할 일이지 나와 달리 도덕적으로 위대한 이들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