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민언련만이 할 수 있는 일 - 김지호 회원 (2014년 6호)
등록 2014.06.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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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만이 할 수 있는 일


김지호 회원 l jhartiers@hanmail.net



안녕하세요. 이번에 민언련의 새식구가 된 김지호입니다. 지면으로나마 이렇게 회원분들을 뵈니 참 반갑습니다.


민언련 활동가가 신입회원 가입인사를 써달라고 했을 때에는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알겠다고 했는데, 막상 인사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활동가가 기존의 인사글 몇 편을 참고하라고 보내주셨는데 그걸 보니 다들 너무 잘 쓰셔서 오히려 더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너무 깊게 생각하고 쥐어짜내기보다는 손가락 가는대로 이어 갈 테니 두서가 없어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민언련 가입인사를 쓰기 전에 민언련 모니터보고서들을 쭉 보았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들에 대해서 언론이 제대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열심히 활동하신 모습들을 보면서 존경심과 감사하다는 생각, 그리고 저 역시 이러한 부분에 앞으로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이런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너무도 식상한 말이지만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돈이 곧 권력이 된 세상에서 우리 언론은 과연 얼마나 돈 앞에서 자유로운가에 대해 항상 의문이 남습니다.


언론사에도 역시 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돈은 광고에서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언론사에게 광고시장은 피가 튀는 혈전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직장에서 홍보를 담당하시는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론사에게 광고주는 광고‘주님’이 되는 셈이죠.


과연 언론사는 광고‘주님’에게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직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 정치권력에게조차 자유롭지 못한 수준이다 보니 갈 길이 너무 멀긴 하지만 또 하나의 권력인 자본권력에게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반응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한의사다 보니 건강 쪽에서 예를 들어 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홍삼이 인삼과는 달리 부작용 없이 면역력을 올려주는 신의 선물인 양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에 홍삼은 인삼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썩지 않고 유통기한을 늘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약성과 효과 역시 다를 바가 없으며 인삼이나 홍삼이나 장복하거나 증상에 맞지 않게 복용할 경우 비슷한 부작용을 나타냅니다. 홍삼을 복용한 후 주로 나타나는 부작용 역시 인삼과 비슷합니다. 홍삼 자체는 분명 좋은 한약재이고 의약품이지만 맞지 않는 사람이 복용하였을 경우 혈압상승, 가슴 두근거림, 불면, 소화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보이고 여성분들의 경우 홍삼이 유사 에스트로겐 효과를 내기 때문에 에스트로겐과 관련된 부인과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경우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과 같은 경우 하루에 2g이상은 식품으로 아무나 섭취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이나 추석, 어버이날과 같은 소위 ‘시즌’이 되면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홍삼이 어디어디에 좋고 누구에게 효과가 있다는 기사를 내주면서 대신 홍보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의원에는 홍삼 복용 후 그 부작용으로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물론 그 분들은 본인의 증상이 홍삼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런 분들께는 별다른 처방보다는 우선 홍삼의 복용을 잠시 중단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시고 믿지 않지만 실제로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때서야 본인의 증상이 홍삼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아마 이런 내용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제 얘기를 믿지 않으시는 분도 계실 테고, 한의사가 홍삼 때문에 어려워져서 이런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언론에 이런 얘기를 하면 ‘홍삼 때문에 어려워진 한의사가 홍삼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꽤 많았으니까요.


어쨌든 제가 말씀드렸던 부분들은 모두 사실이고 외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며 실제 많은 한의사들이 한의원에서 겪는 일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얘기일겁니다.


저는 이게 언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론이 자본에 벗어나지 못해서 생기는 일 중 건강분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분야에서 이렇게 자본을 거스를 수 없는 언론에 의해 잘못 알려진 진실들, 그리고 그로 인해 피해보는 국민들이 생기고 있을 것입니다. 건강 분야 역시 이러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우리 민언련이 각 분야의 이런 사례들까지 선도적으로 이슈화하고 아젠다를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직 민언련만이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요. 그리고 그 중에 제가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