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다 잘될 것 같아
김경아 활동가 l ccdm1984@hanmail.net
“축하해요~ 병국 씨.”
민언련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쏟아진 떼창에 이병국 회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국씨가 ‘뻐꾹’이라는 이름으로 30주년 홈피에 슬로건 댓글 쓰신 것 맞죠?”
환한 미소와 함께 이병국회원이 자기 별명이 ‘뻐꾹’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얼른 ‘우수상’ 증정식을 해야 한다며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더불어 김언경 사무처장한테도 ‘시상’을 해 주셔야 한다며 교육관 문 앞 책장 쪽으로 두 사람을 몰아갔다. 상품권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두 사람의 모습을 급히 휴대폰 카메라로 2장 찍었다. 주고받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원했지만, 우리 ‘소녀’ 처장님 얼굴이 머리카락에 가려 안 예쁘게 나와 부득이 공개하지 못한다.
6월 12일에 민언련 30주년 기념 슬로건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리면서 내심 불안했다. 과연 누가 슬로건에 관심을 가지고 제출하는 수고를 할까? 7월 11일이 마감이었는데, 7월 1일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각종 웹사이트의 자유게시판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했지만 문의 전화도 한 번 없었다.
할 수 없다 싶어 민언련의 ‘작명 달인’ 박병학 활동가에게 20개 정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중에서 좋은 것 3개 정도만 나와도 후보작으로 제출할 수는 있겠다 싶었다. 정말로 박병학 활동가가 20개 정도를 금세 만들어냈다. 더불어 사무처의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하나씩만 내라고 졸랐다. 자주 사무실에서 만나는 방송분과, 신문분과 회원들에게도 부탁했다. 그렇게 하나씩 모아진 슬로건이 7월 2일부터 30주년 홈피의 슬로건 모집 공지 댓글로 올라가자, 드디어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댓글은 43건으로 서서히 늘어 갔고, 마감일인 11일까지 민언련에 무려 메일 29통이 도착했다. 그렇게 모아진 후보작들은 총 176개였다. 어떻게 알고 참여했는지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부분 민언련 회원이 아닌 분들이었다. 그들이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민언련 홈피와 30주년 기념사업 홈피 등을 두루 살피며 민언련과 언론운동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으리라 생각하면 뿌듯한 기분마저 든다.
7월 13일에 ‘3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 운영위원회’에서 1차 후보작 50개 중 당선작 1개와 우수작 2개, 참가상 5개를 선정했다. 당선작은 이충훈 씨의 “언론개혁 30년! 다시 뛰는 민언련!”으로 결정되었다.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은 이는 젊은 회사원이었다. 7월 15일에 30주년 홈피에 발표된 것을 이미 보았다고 하면서도 들뜬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답해 주었다. 우수작으로는 이병국 회원의 “계란이 한판, 가자! 바위 부수러”와 내가 지은 “당신이 함께 뛰면 언론이 바뀝니다!”가 뽑혔다. 무기명으로 슬로건을 심사했는데, 슬로건 담당자인 김경아 활동가(!)의 것이 우수작으로 뽑힌 것이다. 그리고 참가상 중 하나는 방송분과 조민혁 회원에게 돌아갔다. ‘민언련 강좌 반값 수강권’이 상으로 주어졌는데 조민혁 회원이 ‘마음만 받겠다’는 카톡을 보내왔지만 우격다짐으로 직접 증정하고 증거 사진도 남겼다.
지난 10월 민언련에서 활동가로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 새 곧 1년을 앞두고 있다. 민언련의 30주년 사업이 지난 3월 총회에서 결정되고 ‘3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가장 처음 시작한 사업이 ‘30주년 기념사업 슬로건 공모’였다. 첫 사업이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어 앞으로 남은 30주년 기념사업들도 다 잘되리라는 근거 있는 낙관을 하게 된다.
8월 23일에는 ‘민언련 30주년 명랑 운동회’가 열린다. 8월 23일 운동회 역시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하며,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 한 장을 소개하려 한다. 7월 어느 날 갑작스레 사무실 활동가들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야 한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30주년 추진위원 모집을 지휘하고 있는 전미희 이사의 긴급요청이었다. 다들 쑥스러워하면서도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했다가, ‘브이’를 했다가, 또 작은 보드판도 들었다가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 사진이다. 이 사진은 ‘3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 모집’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