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글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 l saj0108@hanmail.net
1974년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이래 수월성교육과 평준화교육 간의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이유로 1983년 경기과학고와 1984년 대원외국어고 같은 특수목적고가 세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까지 도입되었다.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3배나 많은 등록금을 거둘 수 있으며, 학교 설립목적에 따라 특성화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에 더 많은 자율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자사고는 특성화된 교육보다 입시위주교육에만 매달렸고, 학생들의 학습노동은 더 심해지고 있다. 또한 자사고와 일반고 사이에 교육 격차가 발생하여 교육에서조차 사회적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해 ‘일반고 살리기’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를 대표공약으로 내걸고 선출된 교육감들이 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지정취소를 하려고 하자 교육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자사고를 지키려 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리 교육환경의 특수성 때문이다. 오늘날 이 땅에서 유초중등교육의 목적과 목표는 대학입시라는 것에 향하고 있다.
대학은 서열화 되어 있고 사회 안전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불안에 빠진다. “내 자식 내가 제대로 키워놓지 않으면 사람 구실은커녕 생존자체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에 영유아부터 점수올리기에 모든 것을 바치게 되었다. ‘엄마 정보력, 아빠 무관심, 할아버지 재력’이 자녀교육에 성공하는 길이라는 말이 ‘원정출산, 조기유학, 할아버지 재력’으로 바뀌는가 하면 ‘독수리아빠’는 물론 ‘기러기아빠’에서 ‘펭귄아빠’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청소년들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목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적어 ‘지식경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적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력’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낸다.
또한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거짓말이나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가’는 물음에 31세 이상 성인이 31% 동의하는 데 비해 15~30세 청소년들은 40.1%가 동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청소년들이 이 같은 가치관을 가지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교육제도(76.6%)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는 그 어떤 교육정책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없을 것이며 행복을 꿈꾸게 할 수도 없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면서 혹은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면서 체험을 통하여 지식의 필요성은 물론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문제나 어려운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실패경험까지 더해질 때, 지식은 응용력과 일상화를 통하여 지혜화 차원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일상에서 가능하다.
행복은 일류대학에 입학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부터 스스로 행복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사고의 결국 교육 가치관의 문제이다.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고 한다. 어른들이 잘못된 교육관을 버리고 바른 가치관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일상 삶에서 올바른 태도를 생활화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그토록 기대하는 고등교육경쟁력도 높아지면서 우리 청소년에게 밝은 미래가 올 것이다. 자사고를 폐지해 최소한 하나의 입학경쟁이라도 없애는 것이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