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대학언론에 힘이 되어주길(2014년 10호)
등록 2014.10.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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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에 힘이 되어주길



글 대학생 김 O O



  2009년은 저에게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 해 겨울에 저는 대학생이 되었고, 대학교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저 영상과 그 것들을 담아내는 기계들이 좋아서였습니다. 공대생에게 언론인이라는 사명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제 첫 영상 작품의 주제는 “국도 1번 도로” 였습니다. 저녁이면 그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홍등가가 불을 밝혔고, 다른 한편에는 촛불들이 모여 불을 밝혔습니다. 그 곳엔 항상 경찰들이 있었는데, 매일 같이 홍등가를 등지고 서서 촛불만을 주시했습니다. 차벽과 방패로 에워싸는 모양새는 촛불의 숨통을 막아 꺼트리고자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냉담자였던 저는 이따금씩 그곳을 찾아 생명평화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그 곳의 아이러니를 담았습니다. 


그 곳에는 촛불이 불을 밝힌 이유에 주목하는 기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왜 평범한 사람들이 망루를 지어 올라가야 했는지, 죽어서도 권력의 폭력 앞에 도리어 피의자로 낙인 찍혀야 하는지, 가족들은 왜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 기자들은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남일당 건물 옆 레아(촛불미디어센터)에 모인 구술사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보듬는 언로가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저 구술사들과 같은 언론인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멈출 줄 모르고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많은 언론인들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퍼블릭 액세스를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을 이 시대에 편집권 사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대학 언론들이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몇몇 대학 학보사의 개강호가 발행되지 못했습니다. 대학자치언론이란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이 몇 학기에 걸쳐 이어지면서 대학 언론사에 주던 장학금과 예산들은 가장 먼저 축소되었습니다. 대학교의 언론고시반과 관련 학원들은 발 딛을 틈 없이 붐비지만, 대학 언론사에서 수습기자와 국원을 모집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들 대학 언론이 위기라고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런 환경 속에서 꿋꿋이 제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대학생 언론인들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지성의 소리를 찾아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배들의 조언과 아낌없는 응원입니다. 


민언련에서 마련한 대학언론 월례강좌가 그 길에 등대가 되어주길 희망합니다. 저도 작은 힘을 보태고자 민언련 후원 회원이 되었습니다.

 

(글쓴이의 요청에 의해 이름과 메일주소는 밝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