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포커스]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록 2015.01.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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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언경 사무처장


민언련 30주년 창립기념식을 잘 마쳤습니다. 한때는 MT가면서 늘 술과 안주를 너무 많이 사서 나름 ‘손 크다’는 소리도 많이 듣곤 하던 저였는데, 이번 30주년 창립기념식을 하면서 계속 ‘손 작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30주년 사업은 저에게 늘 뒷전으로 밀려있었습니다. 언론운동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았고, 당장 세월호 왜곡보도가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종편은 말도 안 되는 보도와 시사토크들을 쏟아내면서도 어느덧 지상파의 의제설정 기능마저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MBC는 비상식적 경영의 끝을 보여주고 양심적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YTN 해고자 세 분은 회사로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30주년 사업은 늘 먼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기념일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 성격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30주년을 준비하며 느낀 감동과 감사


그런데 행사가 ‘코앞에 닥쳐’ 만사를 제쳐두고 3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저의 마음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새삼 민언련 역사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언협을 만들고 민언련으로 키워온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민언련 30년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엄혹했던 시절에 언협을 만드셨던 선생님들의 행보는 대단했습니다. 언협과 <말>지를 만들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것처럼 고군분투하셨습니다. 제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보도지침’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지침’ 폭로 이후, 언협은 극심한 탄압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언협은 <말>지 발행을 멈추지 않았고, 선생님들은 ‘자연스러울 정도로’ 추가 구속되거나 구류를 살았습니다. 서슬이 시퍼렇던 독재 정권에서 선생님들은 ‘백만 스물하나’ 건전지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보다 백배 강한 진정한 ‘에너자이저’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새 신문을 꿈꾸고 실제 <한겨레>신문을 만들어내신 선생님들, 언론학교를 만들어 시민회원을 합류시킨 언협 일꾼들, 언협을 민언련으로,  시민언론운동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주신 분들, 모두 저에겐 ‘위인’입니다. 게다가 그런 민언련이 멈추지 않도록 항상 지지하고 응원해준 회원님들, 헌신적으로 일해 온 사무처 활동가들, 92년 이래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보고서를 내어 온 신문 방송 모니터위원회와 민언련의 여러 회원모임까지 모든 것이 그저 감동의 역사입니다. 


그러다보니 감사를 표현하려는 저희의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솔직히 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많은 분께 감사를 전했지만, 사실은 민언련 30년을 만들어 오신 분들 한분 한분 모두 감사패를 받으셔야 할 분들입니다. 이러다보니 30주년 기념식은 저에게 무척 소중하고 각별한 것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마친 30주년 기념식


이래저래 뒤늦게 박차를 가했기에, 준비는 부족했습니다. 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행사가 썰렁할까봐 걱정이었습니다. 국제회의장은 제 꿈에 수시로 나타났는데 정말 잠실운동장처럼 크게 느껴졌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빚잔치’를 할 수는 없기에 많은 회원님께 추진위원비를 내주십사 부탁드리는 민폐도 끼쳤습니다. 


어쨌든 12월 18일은 왔고, 민주언론시민연합 30주년 창립기념식은 제 걱정보다 잘 치뤘습니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추운 날씨였는데도 언협 발기인과 창립주역 어르신들이 많이 와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먼저 부탁드리지 않아도 민언련의 주인임을 분명하게 아시고 행사장 앞에서 손님을 맞아주시던 어르신들을 보며 존경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언협 시절 그리운 분들을 만나 반가웠고, 지방에서 휴가를 내고 올라와주신 분들의 마음에 거듭 울컥했습니다. 부족한 행사였는데도 그저 수고했다며 격려해주시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행사에 오시지 못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축하의 뜻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언론노조, 언론연대, 언소주 등 늘 함께 투쟁하던 연대단체들과 지역민언련 여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특히 연대단체들에게 행사당일 문자를 보내주고 포토존의 레드카펫을 깔아준 언론노조 동지들의 세심한 배려에 크게 웃었습니다.


결기를 다잡겠습니다. 분발하겠습니다.


민언련은 창립 30주년 성명서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출범 3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민언련은 ‘자유언론실천’을 선언하고 수십 년의 풍상을 겪으며 언론 민주화를 실천해온 선배들의 정신과 삶을 되새깁니다. 오늘날까지 민언련을 지켜주었던 수천 회원, 제 민주·언론 시민단체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모든 시민께 감사드리고 약속드립니다. 민언련은 우리 사회의 언론 민주화를 위해 결기를 다잡고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이제 저희는 이 성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