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사회] 과거청산 역주행의 주범 ‘검찰’, 과거사위 활동 민변 변호사 표적수사
등록 2015.02.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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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민사회 | 4.9통일평화재단

과거청산 역주행의 주범 ‘검찰’,

과거사위 활동 민변 변호사 표적수사


홍수정 4.9통일평화재단 조사실장


지난 1월 16일, SBS <‘조사위서 맡은 사건 수임’ 민변 변호사 수사>를 시작으로 연일 과거사위에서 활동한 변호사들의 수임제한 위반 수사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수사대상 변호사들의 실명과 이력이 공개되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과거사 소송 청구액과 민변 관련 로펌의 소송 순위에 이어 과거사위 조사관이 민변 변호사들의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고, 몇몇 언론은 그간 과거사위원회에 쌓였던 분풀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미 사실관계를 떠나 과거사위에서 활동했던 민변 변호사들은 공익의 가면을 쓴 파렴치한으로 내몰렸고, 어렵게 쌓아올린 우리 사회의 과거청산은 다시 거꾸로 되돌려질 지경이다.


<한겨레> 2015년 1월 21일 2면 보도 갈무리

과거청산, 반성조차 없었던 검찰


한때 우리 사회의 과거청산이 속도를 낸 일이 있었다. 진실화해위뿐만 아니라 국방부, 경찰, 국정원에 이르기까지 기관 내 과거사위가 만들어졌으며, 그 어렵다는 재심에서도 속속 무죄판결이 이어졌고, 간혹 재판부에 따라서는 깊은 반성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유독 검찰만은 빠져있다. 검찰은 반성은커녕 기각될 것이 뻔한 사건에 대해서도 항소와 상고를 이어가며 시간을 끌었고, 이러한 검찰의 작전은 가히 성공적인 결실을 보고 있다.


그 사이 사법부는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부정하기도 하고, 검찰이 상소하자 상급심에서는 지연이자 기산점을 불법행위 발생일이 아닌 변론종결일로 변경했으며,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긴급조치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배상청구의 길을 막았다. 2008년에 시작된 강기훈의 재심은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된 정원섭 목사는 단축된 소멸시효에 따라 열흘이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금이 26억 원에서 0원이 되었다.


‘인권변호사에 대한 적반하장의 수사는 또 하나의 국가범죄이다’


‘잘잘못을 가리기도 전에 수십억을 독식한 파렴치한으로 만들고 있다. 수사를 하기도 전에 여론재판부터 하는 이유는 이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 인권의 보루였기 때문일 것이다. 70년대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불의에 눈감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독재정권에 끌려가 모진 수사를 받고 재판정에 섰을 때,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 외로울 때 곁을 지켜주고, 법적 지원을 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은 우리 사회 약자의 동반자였고, 독재정권과 그 하수인들에게는 가장 큰 저항세력이었다. …수십 년 동안 재조사를 요구하고, 검찰청 문이 닳도록 찾아가 진정하고, 청와대에도 청원했지만 단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국가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과거사 사건을 맡아준 변호사들을 단죄하겠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1.22. 역사정의실천연대 외 피해자단체 성명서 중. 성명서 전문을 보시려면: https://me2.do/5DWp3CNT)


수십 년 동안 누군가는 간첩이었고, 빨갱이라는 낙인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을 쉬쉬했으며, 또 누군가는 의문사의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의문사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들이 억울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을 뿐이다. 이들이 보통의 시민으로, 희생자로 자리매김 되기까지는 스스로 재심이라는 두꺼운 벽을 통과해야 했고, 그 억울함에 대한 국가배상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국가가 위원회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진상규명에 함께했던 변호사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오히려 과거 인권침해의 당사자인 검찰이 피해자의 손을 잡아준 변호사를 수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아무리 둘러대어도 이번 수임위반 수사는 명백히 민변을 겨냥하고 있다. 그간 검찰의 반인권적 행패가 재심을 통해 무죄로,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드러나자, 검찰은 반성이 아닌 수사권이라는 무기를 그간 피해자들의 깊은 신뢰를 받아온 민변을 향해 휘두르고 있다. 검찰의 이 서슬 퍼런 칼날이 자신에게 돌아가기 전에 과거 잘못에 대한 뼈아픈 자기반성과 사죄가 먼저여야 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