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토달기 | 복지 논쟁 관련 6개 신문 모니터
증세를 통한 복지 VS 복지 포퓰리즘 철회
김미정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유승민 의원이 ‘친박’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유승민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증세’와 ‘복지’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고, 비슷한 시기 담뱃세 인상과 연말 정산 파동으로 국민 반감을 산 박근혜 정부의 서민 호주머니 털기식 증세는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각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은 부자 감세 철회, 법인세 인상 등 기존의 태도만을 되풀이하고 구체적인 증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당은 복지 이슈를 선점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의 복지 공약 후퇴로 흘러가고 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선출된 2월 2일을 기준으로 그 일주일 전인 1월 26일부터 2월 10일까지 6개 신문이 복지 논쟁을 어떻게 다뤘는지 모니터했다.
‘박근혜식 복지’ 실패에는 공감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논쟁에서 승리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이루겠다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등의 조정을 재원조달의 방법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복지 공약 불이행이 지방재정 탓인가>(한겨레, 1/28), <지방정부 쥐어짠다고 복지문제 해결되나>(경향, 1/27), <‘국민 속였다’는 與 대표의 뒤늦은 고백>(조선, 2/04), <환상으로 드러난 ‘증세 없는 복지’ 바로 잡아라>(중앙, 01/28), <여당 정책통의 뒤늦은 고백 “박근혜식 증세, 한계 왔다”>(동아, 1/31) 등 주요 신문의 사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박근혜식 복지는 실패했다’는 평가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경향·한국일보, 박, ‘증세 없는 복지’ 불가능 인정해야
<경향신문> 1월 27일자 1면 기사 갈무리
이런 표면적인 비판과 달리 속내는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1월 27일 자 <증세 대신···이번엔 ‘지방재정 쥐어짜기’>(이용욱, 이주영 기자)와 <지방정부 쥐어짠다고 복지문제 해결되나>(1/27, 사설)에서 지방정부에 대한 책임 전가를 다뤘다. 사설에서는 “복지 재원 확충방안으로 지방교부세, 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을 꺼냈다”며 세수 부족의 본질은 외면하고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내세운 ‘지방교부세 개혁’ 역시 엄밀히 따져보면 ‘주민세 인상’이기 때문에 결국 ‘서민 증세’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일보는 <‘중부담·중복지’ 위해선 조세체계부터 손대야>(2/6, 사설)에서 “개인·법인소득세의 실효 세율과 누진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의 조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 복지를 위한 법인세 인상과 증세는 불가피하며 조세체계 개편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으로 가는 정책 헛발질에 물 건너가는 복지재원 확대>(1/31, 양진하 기자), <‘증세 없는 복지’ 탈출, 솔직한 논의 시작할 때>(2/4, 사설)에서 보이듯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신뢰 잃는 꼼수 증세를 하느니 정부가 증세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겨레는 증세와 복지 확충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복지-증세’ 다룰 범국민적 기구 만들자>(2/6, 사설)에서 “‘복지와 세금’은 현재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화두다. 정치권이 말만 앞세우다가 흐지부지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복지와 증세 문제에 확실히 마침표를 찍기 바란다”며 범국민적 기구를 통해 복지국가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중·동, 무차별 무상복지·포퓰리즘 개혁부터 해야
조선일보는 박근혜식 복지의 실패를 비판하면서 증세가 아닌 ‘복지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증세 논의보다 ‘무차별 福祉’ 개혁이 먼저다>(1/26, 사설)에서 “지난 2년 동안 공약 가계부의 계획은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공약 가계부의 재원 마련 계획은 부도가 났는데 지출만 예정대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러한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으로 꼼수증세를 하게 된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朴 대통령, 정치권 ‘복지·增稅’ 논의 타박할 때인가>(2/10, 사설)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대상을 70%로 줄이는 등 경제 형편에 맞춰 공약을 축소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사실상 지키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공약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增稅 당장 어렵다면, 수혜 대상 줄이고 無償복지 전면 재설계”>(1/26)기사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그 방법은 증세가 아니라 수혜대상을 줄이고 무상복지를 재설계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또 갤럽의 여론조사를 인용한 기사 <“增稅없는 복지 불가능” 65%… “복지보다 成長” 58%>(1/31, 정우상 기자)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은 현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으며, ‘무상급식·무상보육, 기초연금 논란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 같다’고 밝혔다”며 성장 기조로의 전환도 주장했다.
<중앙일보> 2월 4일 34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선별적 복지’로 모아지는 여야> 기사에서 국가 재정에 주름살을 안길 정도로 가파르게 한국의 복지지출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무상복지 시리즈’를 재고하고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증세 없는 복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손질하자>(2/4, 사설)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증세 논의가 또 다른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또다시 포퓰리즘 운운하는 정치적 물타기로 복지정책의 후퇴를 조장하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동아일보 <진퇴양난>(1/27, 장택동 칼럼)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듯, “문제는 시기다….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내놓는 것이 그나마 정부 여당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보수신문은 복지 구조조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박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질 수 있다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지목해 이런 ‘무상시리즈’에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공짜 밥’ 틀 깨야
2012년 대선을 달궜던 무상 복지 논쟁. 공약가계부까지 제시하며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던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에서도 보이듯, 복지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 타협과 국민설득에 힘써 증세를 이뤄낸다면, 이제 더는 복지라는 단어 앞에 무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복지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세금이, 국가의 재정이 형평성 있게 재분배되기를 원하는 것이지 공짜 밥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