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포커스] 사회적 흉기인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그 실체를 보다
등록 2015.03.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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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포커스] 

사회적 흉기인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그 실체를 보다 


김언경 사무처장

민언련은 지난 설날 이전에 <한겨레21>과 공동기획으로 2015년 1월 한 달간 방송된 종편 4사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모니터했습니다.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과 그들이 다룬 주제, 방송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는 3월 2일 자 <한겨레21>에 상세히 보도되었고, 민언련은 지난 12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 ‘시사토크쇼 채널’? 

종편의 가장 큰 특징은 스튜디오에 패널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방송이 유난히 많다는 것입니다. 뉴스에서도 좌담이 많이 등장하고, 시사프로그램도 초대 손님이 나와 시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교양프로그램도 연예인과 전문가 등이 십여 명 넘게 나와 건강정보 등을 전합니다. 한마디로 종편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토크쇼 형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경입니다. 스튜디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구도는 고품격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에 비해서 적은 제작비만 투입하면 되는데다, 입담 있는 패널만 잘 섭외하면 고정 시청자층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하는 정통 토론프로그램보다 주제 선정이나 패널 섭외가 쉽습니다. 이런 얄팍한 상술로 인해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의 질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패널들은 그날 방송되는 소재에 따라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고, 이런 방송 구도에서는 아무래도 시사프로그램다운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종편 출연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직업은 교수(20.52%)였습니다. 이어 변호사와 다양한 연구소에 종사하는 연구원이 13.15%를 차지했습니다. 모니터를 하면서 패널의 직업, 전·현직 이력과 활동내용, 패널이 한 발언 등을 종합해서 패널의 성향을 구분해 보았습니다. 딱히 정치성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사람 121명을 판단불가로 분류했는데요, 뚜렷하게 보수 성향을 가진 패널이 60명인데 비해 뚜렷하게 진보 성향을 가진 패널은 8명, 중도 성향은 1명뿐이었습니다. 이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최소한의 형식적인 균형조차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종편에 많이 출연하는 패널이 어느 정도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겹치기 출연 여부를 알아본 결과 TV조선, 채널A, MBN 3사에 겹치기 등장한 출연자는 13명이나 됐습니다. 종편 2사를 겹치기 출연한 패널도 32명이나 되었습니다. 한 출연자는 한 달 동안 52회나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방송 내용의 문제점은 심각했습니다. 방송에 부적합한 소재와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자신들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막말과 조롱, 폄훼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언어폭력 수준 발언들의 집합소 

MBN <뉴스파이터> 1월 5일 보도 갈무리

조사 결과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나 발언 내용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발언, 방송에서 하지 말아야 할 수위의 말과 표현, 무지에 가까운 인권 의식이 넘쳐났습니다. 민언련은 발언의 문제를 크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권의식 부족, △자신들과 판단과 다르면 모두 죄악시하면서 명예훼손성 막말을 퍼붓는 태도, △방송에서 할 말과 못할 말 구분 못 하는 부적절함, △미확인 보도가 너무 많다는 점, △누구에게나 몰아 부치는 종북몰이의 심각성, △보수신문과 같은 논조를 확대재생산하는 문제로 크게 나누어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도저히 이런 말이 방송에서, 그것도 농담이 오가는 오락프로그램이 아닌 신뢰를 줘야 하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놀라울 정도의 내용이 많았습니다.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현재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중 일부 패널은 도저히 방송에 나올 수 없는 자질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미 일부 종편 패널의 문제점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법정제재나 행정조치를 받으면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종편은 시청률에 연연해 문제 발언을 일삼는 진행자나 패널을 계속 출연시키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이번 모니터를 진행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 심의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단지 한 달 분량의 방송을 모니터링 했을 뿐인데도 이처럼 끝없이 나오는 문제 발언들을 고려했을 때, 방심위는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종편의 정치적 편향성이야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사회적 흉기 수준인 방송 부적합 소재와 언어 사용,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만이라도 당장 중단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