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304명이 우리에게 내 준 숙제
안건모 작은책 발행인
“아직은 읽을 수 있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기억을 하고 싶어서 구입했다. 나도. 내 아이도. 그리고 한참 후에도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구입했다. 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길 바란다.”
‘daean77’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어떤 이가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책을 보고 남긴 댓글이다. 어쩌면 나와 똑같은 마음일까 생각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다. 지난 1월에 나온 책인데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러 외면했다고나 할까. 읽기 시작하면 눈물부터 나올 것 같은데, 이걸 어찌 읽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읽어야 한다, 아픔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석 달이 지난 뒤 이제야 책을 들었다. 벌써 1주기라니. 그동안 해결된 건 하나도 없다.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어야 했다.
첫 장에 나온 제목부터 눈물이 나왔다.
‘나, 백 살까지 살려구요’.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 씨가 건우가 그리울 때마다 썼던 일기가 실려 있다.
아들~~ 잘 있니?
엄마는 너가 보는 대로야
울다웃다 똥코에 털날 판이야
엄마도 참 웃기다 싶어
웃다가 울다가 먹다가..
너도 지금 큭큭대고 있지
엄마도 엄마가 이상하다~
일기 마지막 부분에는 아들이 엄마를 몰라볼 정도로 “미치지는 말아야지 하고 산다”고 써 있다. 그 일기 한 편을 보고 더 읽을 수가 없었다. 침침한 눈으로 책장을 넘겼다.
“세상에 딸하고 나, 둘만 남겨졌는듸 그 아이를 잃었어유”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김진철 씨 사연이 보였다. 그이는, 유가족들은 물론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걸 물어보고 있다.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우리 애를 살릴 수 있었는데 왜 못 살렸나’ 그거예요. 선장이 빠져나올 때 애들을 나오라기만 혔어도 다 살았는뒤, 왜 그런 말을 안 혀서 죽였는지……,”(105쪽)
지성 학생의 아버지 문종택 씨 사연도 이어진다. 대통령과 5분 동안 통화했는데 그 뒤로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린다.
내가 섬에 내려갔을 때 선주들이 나를 보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해경 개새끼, 죽일 놈의 새끼들. 저 새끼들이 안 구했어”였어요. 나보다 성이 더 나갖고 ‘살릴 수 있었는데 안 살렸다’ 고 욕을 하는 거죠. 섬에 있는 동생 옥령이가 그래요. “형님, 나 정말 힘듭니다.” 선원들 중에는 학생들이 유리창을 손톱으로 긁어대고 얼굴을 유리에 대고 숨을 거둬가는 그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섬에도 트라우마가 있었던 거예요. “형님, 저희 선원들은 그 세월호 선원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선주는 배가 생명입니다, 우리는 4톤짜리 고깃배도 안 버립니다.(180쪽)
또 다른 아버지.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 씨는 아들이 내준 숙제를 안 할 수 없다. 진실을 밝혀 달라는 숙제.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연이어 울려퍼진 안내방송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믿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랐다. 승객들을 내팽개친 채 도망간 선장의 지시는 동영상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됐다. 아이들은 15분 동안 여전히 제자리에 묶여 있었다. 우리 사회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미증유의 참사가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193쪽)
박종대 씨는 이 사건에 대해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 아들 수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한다. ‘숙제 검사는 꼭 받아야 하니까.’(209쪽)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어느 날 이 책에 고개를 묻은 채 지하철을 탔다. 계속 눈물이 흘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 안으로 들어서서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떤 젊은 여성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여성은 안경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여성이 읽는 책을 봤다. 내가 읽고 있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이었다. 동지 같은 감정? 연대하고 있다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게 희망이라면 희망이랄까. 이 책을 다른 사람도 읽고 있다는 희망.
4월 16일. 1주기를 맞이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아픔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내 보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도 숙제 검사를 받아야 한다. 304명이 우리에게 내 준 숙제.
진실 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