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사회]노후 핵발전소 폐쇄도, 신규 핵발전소 중단도, 10만으로 시작하자
등록 2015.04.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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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핵발전소 폐쇄도, 신규 핵발전소 중단도, 

10만으로 시작하자



이보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이제 탈핵이 표에 도움이 되는 시기가 오긴 왔나 보다. 찬핵 정당 새누리당 대표의 입에서도 고리 1호기 폐쇄가 언급될 정도이니 말이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 2월2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고리 1호기에 대한 정부 입장을 파악해 보니, 부산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며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잊지 않고 “고리 1호기는 그 하나만 문제가 아니고, 타 지역의 원전 입지와 연관돼 있다”며 “다른 지역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고리 1호기 폐로로) 갈 것”이라는 포석을 깔았다. 바로 다음 날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이 강행 처리됐다. 이렇게 탈핵은 여전히 멀다.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하는 노후 핵발전소 폐쇄도 누구에게 맡겨두고 한가하게 기다릴 형편이 못 된다.


더 문제는 노후 핵발전소만 닫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훨씬 더 큰 숙제, 신규 핵발전소가 있다. 너무 이슈가 안 되어 대부분이 모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을 시작한 ‘신규 핵발전소’가 3기나 있다. 바로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 2호기다. 이들은 설계수명이 40년으로 사고가 안 나고 수명을 채울 경우 2051~54년까지 가동될 예정이며, 3기 모두 1000MW급이니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물론이고 고리 2, 3호기까지(설비용량 합 2,866MW) 폐쇄되어도 이들의 가동을 상쇄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만으론 탈핵을 결코 실현할 수 없다. 한쪽 문을(노후 핵발전소) 닫아도 다른 더 큰 문이(신규 핵발전소) 열리니 말이다.


독자들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에는 또 다른 신규 핵발전소의 운영이 결정 날지 모른다. 신고리 3호기는 원전 비리와 부실 부품으로 악명을 높이며 거듭 준공이 늦어졌는데, 결국 그 부실 부품 때문에 노동자 3명이 사망에 이르는 비극도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운영허가도 나지 않은 신고리 3호기의 가동 후 송전을 핑계로 국가 권력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렇지만 정부와 핵마피아는 이 문제투성이 핵발전소를 UAE 원전 수출의 모델 핵발전소이기 때문에 올해 9월까지 상업운전을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내야 한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이 문제적 신규 핵발전소의 운영허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다뤄지는데, 알다시피 여기도 문제다. 바로 직전 안건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서 이미 이들은 국민의 안전을 표결로 날치기 한 바 있다. 신고리 3호기의 운영허가를 다룬 첫 회의에서도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계에 처음 선보이는 원전인 만큼 이렇게 문서로만 따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빨리 돌아가는 걸 보고 싶다. 원래 신규 원전이라는 건 초기에 이런저런 운영을 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치는 것’이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이는 신고리 3호기의 운영허가 자체는 어차피 정해진 결론이라는 인식일뿐더러, 국민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시행착오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문제 발언이다.


핵발전소는 신규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핵발전소는 초기 가동 시 사고·고장이 더 잦다. 후쿠시마 이전의 5등급 이상 대형 핵발전 사고인 스리마일과 체르노빌은 모두 신규 핵발전소였다.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1983년 운전을 시작해 1986년에, 미국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는 상업운전을 시작한지 4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시행착오’의 와중에 발생한 끔찍한 재앙이다. 더욱이 신고리 3호기 이후 줄줄이 건설될 신규 핵발전소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모델이다. UAE가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을 조건으로 내건 것도 정확히 이 때문이다. 


향후 신규 핵발전소들은 설비용량도 1400~ 1500MW이다. 신규 핵발전소 1기가 이제 노후 핵발전소 3기에 해당하는 수준인 것이다. 1400MW의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면 고리·신고리 핵발전 단지는 세계 최대의 핵단지가 되는데 사고 시 직접 영향 인구만 340만 명이다. 방재대책을 아무리 강화한들 대규모 재앙은 뻔하다. 그런데 심지어 우리는 신규 핵발전소가 필요하지도 않다. 전기가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상승세가 꺾인 전력소비 증가는 작년에 0% 대에 진입했다. 이것이 구조적인 결과라는 분석은 정부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이 와중에 정부는 밀실에서 영덕에 4기의 핵발전소를 짓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쓰고 있다. 안 될 일이다. 7차 계획에서는 신규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노후 핵발전소의 폐쇄를 명시해야 한다. 어떻게 하냐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대만에서는 22만여 명이 대규모 반핵집회로 공정률 98%의 신규 핵발전소를 중단시켰다.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인가? 마침 6월 13일에는 서울에서 10만 탈핵 집회가 열린다. 10만이 모인다고 되겠냐는 질문은 거리에 나가 던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