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방송사 세월호 1주기 시사프로그램 평가
등록 2015.06.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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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 세월호 1주기 시사프로그램 평가

반성의 흔적도 고민의 깊이도 찾을 수 없는 지상파 방송의 세월호 1주기 다큐

 

 

 

 2015년 4월 16일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포함해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전원구조 오보와 대대적 수색이라는 거짓방송,  선정적 보도와 정부 감싸기에 급급했던 한국 방송에게 세월호 1주기는 특별히 더 깊은 반성과 참회가 요구되는 날이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성하고 추모하던 2015년 4월 한국 방송은 세월호 1주기를 어떻게 기렸을까?

 

 

작년 특집 방송 재방송하고 간단한 회고나 하며 세월호 참사 1주기 보낸 SBS와 MBC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이를 살펴보기 위해 4월 한 달간 방영된 지상파3사(KBS, MBC, SBS)와 종편3사(채널A, JTBC, TV조선), 그리고 뉴스타파의 세월호 관련 시사프로그램을 분석해보았다. 모니터 결과, KBS와 뉴스타파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는 세월호 1주기 특집이라고 할 만한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았다.
SBS와 MBC는 제대로 된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았고, 기존 시사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참사 아이템을 다루었다. 두 방송사 모두 작년에 이미 방영했던 내용(MBC <재난특집기획/기적의 조건>, SBS <특선다큐/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을 재방송했다. 그리고 SBS가 <궁금한 이야기Y>와 <뉴스토리>에서 각각 한 꼭지씩, MBC는 <시사매거진 2580>의 한 꼭지씩 세월호 관련 아이템을 보도했다. 방송의 양도 적었지만 내용도 부실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Y>는 “세월호 1주기 여전히 4월 16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참사의 책임은 선장과 선원들에 국한시켰다. SBS <뉴스토리>의 “상처뿐인 잠수사, 그는 왜 법정에 섰나”는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인 민간인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해경의 책임 회피와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지적했지만 채 20분이 되지 않는 편성 시간으로 인해 피상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MBC의 <시사매거진 2580> “세월호 1년, 잊지 않겠습니다” 역시 참사의 원인을 고작 6분 동안 정리해보는 수준에서 보도를 마무리했다.

 

1주기 특집 프로그램 편성하지 않은 종편 3사
 TV조선과 채널A는 세월호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전혀 제작하지 않았다. JTBC 역시 다른 종편채널과 마찬가지로 특집 다큐멘터리나 탐사보도를 방영하지 않았지만 <썰전>에서 비교적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직접 시행한 여론조사를 통해 배·보상 문제, 진상규명, ‘일베’ 문제, 국가 안전관리능력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주간떡밥”에서는 2015년 4월 16일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되짚으며 경찰의 유가족 집회 과잉진압과 대통령의 행보를 문제 삼았는데, 이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다루지 않은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진상규명과 시행령이라는 본질 회피한 KBS
 지상파 3사 중 세월호 1주기 특집 프로그램이 가장 많았던 방송사는 KBS다. KBS는 <시사기획 창> “세월호 1년, 우리는 달라졌나”, <세월호 1주기 특집 1부, 천개의 바람 천개의 기억>, <세월호 1주기 특집 2부, 함께 하겠습니다>를 방송했다. <추적 60분>에서도 3회를 할애해 세월호를 다뤘다.
그러나 대부분 방송이 피해자 가족의 아픔에만 초점을 맞춰 희생자 가족이 줄곧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을 비껴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세월호 1주기 특집 1부, 천개의 바람 천개의 기억>은 참사 이후 상담을 통해 유가족들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패널들의 증언을 통해 유가족의 아픔을 생생히 전달하고, 유가족들과 단원고 학생들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방법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다루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단순히 슬픔과 그 극복을 감성적으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추적 60분>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 멈춰버린 1년”도 실종자 가족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고 안전기획 2부작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포괄적인 안전대책에만 집중했다. 지나치게 담담하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극적인 분석 의지를 느낄 수 없었던 스튜디오 진행도 KBS 특집 프로그램들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유일하게 세월호 참사 핵심 사안 집중적으로 다룬 뉴스타파
 가장 시급한 현안인 선체인양과 특별조사위원회의 문제를 가장 충실하게 다룬 것은 뉴스타파였다. 뉴스타파는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으로 <수색 중단, 그날의 기록>, <인양, 국가는 속였다>,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편을 차례로 구성해 복합적 논의를 짜임새 있게 풀어냈다. “수색 중단, 그날의 기록”은 실종자 가족의 비극적 아픔을 조명하여 적절히 공감을 유도하면서도, 수중수색 중단 전후 상황을 잘 간추려 구성한 다큐멘터리였다. 다음 편 “인양, 국가는 속였다”에서는 방송사들 중 유일하게 선체인양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에서는 수색 작업, 선체인양 이슈, 특조위 문제를 차례로 검토하며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구조 당국의 부실한 잠수사 운용을 지적했고 이미 참사 발생 직후인 작년 5월부터 인양과 관련된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1년이 지난 올해 4월이 되서야 인양 가능성을 언급한 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더불어 꼬리 자르기식의 참사 책임자 처벌과 정부·여당의 끊임없는 특조위 무력화 시도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한국 방송에게 지난 4월은 참회와 반성을 통해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기회였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수박 겉핥기’식 내용과 부실하고 빈약한 시사프로그램으로 국민들에게 오히려 더 큰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온전한 선체인양, 책임자 처벌, 참사의 총체적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단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사적 요구가 아니다. 안전하고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민적, 국가적 책임이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국가의 안전대책을 논의하는 일도 가능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선결과제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고통만을 피상적으로 보여주고 포괄적인 안전대책만 짚어본 뒤 세월호 1주기를 보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 3월 뉴스타파는 천안함 5주기를 기해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검증하고 그 과학적 타당성을 문제 삼았다. 치밀하고 끈질긴 분석과 비판은 결국 국방부 대변인의 “문제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실험을 해서 정리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겠다”라는 공식 답변을 끌어냈다. 이는 국가적 재난 원인 규명에 대해 언론이 취해야 할 모범적인 자세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 한국의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를 모두 합쳐도 작은 독립언론 뉴스파타 하나만도 못한 시사프로그램을 방송했다는 사실이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은경 방송모니터위원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