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호] [함께하는 시민사회] 비례성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등록 2015.08.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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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성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선미(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20대 총선을 8개월 여 앞두고 국회는 의원 정수, 권역별 비례대표 등 선거제도와 관련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논의 결과에 따라 각 정당 의석수가 변동되고 경우에 따라 지역구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정치적 갈등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선거제도 논의를 어느 당에게 더 유리할지 유불리 관점에서 떠나서 유권자 입장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19대 총선 기준으로 경북 영천시의 인구는 약 10만 3천여 명, 서울 강남갑의 인구는 약 30만 6천여 명이었다. 인구수가 세 배 가량 차이가 나지만 경북 영천시와 서울 강남갑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대표 즉, 국회의원을 동일하게 1명씩 가진다. 유권자 한 표의 가치를 따져보면 경북 영천시 유권자의 한 표는 서울 강남갑 유권자 한 표의 세 배 가치를 갖는 셈이다. 인구편차가 심하다 보니 인구가 적은 경북 영천시에서는 23,331표를 얻고 당선되지만 서울 강남갑 2위 득표자는 41,509표를 얻고도 낙선해 대의민주주의 관점에서도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재 3:1에서 2:1 이내로 조정하라는 결정을 했다. 인구가 적은 지역구와 인구가 많은 지역구의 인구편차를 경북 영천시와 서울 강남갑 지역구처럼 3배까지 허용할 경우, 유권자 1표의 가치가 크게 차이나 투표가치의 평등에 위배되므로 2:1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의 등가성이라는 가치를 중시한 결정이다. 

 

 

 

이를 계기로 현행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행 소선거구 지역구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버려진다. 19대 총선에서도 전체 투표수 가운데 46% 이상이 의석에 반영되지 못하고 사표가 되었다. 1등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제의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 제도가 있지만 현재 300석 중 54석(18%)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수는 그 효과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 하나, 한국 정치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 손꼽히는 것이 지역주의,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이다. 특히 영호남 지역에서 거대 양당의 정치 독과점은 매우 심각하다. 19대 총선 결과, 영남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54.7%였지만 94%의 의석을 점유했고, 호남지역에서 당시 민주통합당은 득표율 53.1%에 비해 의석 점유율 83.3%를 보였다. 거대 양당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하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이 득표한 것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갔고, 그만큼 유권자의 의사는 국회 구성에 반영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최근 국회 논의 중에 가장 뜨거운 감자는 국회의원 정수다.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지만 이 논의를 피해갈 수는 없다. 특히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지역구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원 정수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국회의원 숫자를 정하는 보편적인 규칙은 없지만, 한 나라의 국회의원 정수는 입법부의 규모와 힘을 나타내주는 지표로서 적정한 수를 보장해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 의원 수가 많지 않고, 역대 우리 국회 기준으로 보아서도 현재 의원 수는 점차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유권자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기에 부족하다. 인구 2천 만 명이었던 1948년 당시, 제헌국회 의석은 200석으로 국민 10만 명 당 1명의 대표를 가졌다. 이에 비해 현재는 인구가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의원 1명 당 인구 대표성은 크게 낮아졌다.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연대가 진행한 전문가 조사에서 111명 중 86명, 77.5%가 현재보다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시민사회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공동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국YMCA 등 전국 174개 단체들은 지난 6월 30일, “사표는 없애고! 정치독점은 깨고! 유권자 권리는 되찾고!”를 외치며 높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요구했고, 의원 정수도 민주화 이후 치러진 1988년 총선 기준으로 의원 1인당 인구수 14만 5천여 명으로 정할 것을 요구했다. 의원 정수 확대를 비롯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냉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 설득과 동의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불신은 반대로 좋은 국회, 좋은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에게 공정한 룰이 적용되고 유권자의 지지가 고르게 반영되는 국회를 위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사회적 합의를 크게 확장하고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