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TV속으로] 영재, 아이들의 성적 아닌 개성으로 바라봐야
등록 2015.07.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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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 SBS <영재발굴단>

영재, 아이들의 성적 아닌 개성으로 바라봐야

 

 

양슬기(방송모니터위원회 회원) 

 

 SBS <영재발굴단>은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관찰해 잠재력을 발굴‧계발시키고,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개그맨 정찬우, 김태균이 진행하며, 매회 연예인 패널들이 출연한다. 한 회마다 영재 3명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각 에피소드는 관찰카메라를 통해 영재들의 일상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그 후 영재들의 재능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영재들과 그 가족들의 고민에 솔루션을 제시하며 마무리되는 대략의 틀을 갖추고 있다.


 과거에 영재를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수학, 과학, 예체능 분야에서 영재로 진단된 아이들이 등장했다. 방송은 그들이 얼마나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명문대에 재학 중이거나 입학 예정인지, 그들이 받은 영재교육은 어떤 것인지 등 주로 그들의 학업에 주목했다. 특히 영재학교에서 라이벌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재들의 ‘성공 신화’를 부각시키곤 했다. 이는 한국 교육 현실의 지나친 ‘교과성적 중심의 줄 세우기식 교육’이 영재에 대한 시각조차 ‘명문대학교로 가는 사다리를 탄 학생’으로 왜곡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부모들의 지대한 관심사인 영재와 영재교육을 주제로 하는 SBS <영재발굴단>은 과연 영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을까?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영재 프로그램이면서 ‘리얼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영재발굴단>이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주목했다. 특히 기존에 영재를 바라보는 잘못된 틀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았는지에 집중하여 모니터했다.  
 
개성 넘치는 영재들과 소외된 가족까지, 다양한 소재 눈에 띄어
 <영재발굴단>은 수학, 과학, 예체능 분야 중심에서 탈피한 새로운 영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프로그램 1회에 출연한 9살의 바둑소녀, 6살에 각각 만권의 책을 읽은 쌍둥이 자매, 7회에 출연한 체스 영재, 10회에 출연한 최연소 컵 쌓기 국가대표와 멍 때리기 대회 최연소 우승자 등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영재’와 거리가 멀다. 다소 특이해 보이는 이러한 출연자들이 영재로 등장하는 이유는 <영재발굴단> 첫 회에서 진행자 컬투가 밝힌, 그들이 정의하는 영재의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닌 한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 아이들이 영재라는 것이다. 이는 분명 영재를 등장시킨 기존 방송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또한, 영재뿐만 아니라 영재 주변인들의 입장을 다뤄 참신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재발굴단> 9회는 가수 박상민의 첫째 딸이자 특출 난 동생을 둔 박가경 양의 소외감에 주목한다. 박가경 양은 어렸을 때부터 예쁜 외모와 총명함 덕분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온 박소윤 양의 언니다. 가경 양은 집 밖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동생과 비교를 당해왔고, 집 안에서 조차 특별한 재능이 있는 동생에 밀려 소외당하곤 했음을 고백한다. 이 때문에 가경 양은 스스로를 동생과 비교해보고 자신의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고 이는 현저히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9회에서는 이연서 양의 엄마와 외할머니의 갈등도 다뤄진다. 이연서 양의 어머니는 연서 양을 일반 학생들처럼 평범한 교육을 시키고자 하고, 외할머니는 연서 양에게 집중적인 영재교육을 시키고자 한다. 다양한 언어에 흥미를 보이는 연서에게 엄마는 책을 읽지 말라하고 외할머니는 주입식으로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며 아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고작 6살밖에 되지 않은 연서 양은 엄마와 할머니의 상반된 교육 방식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고 정서적으로 큰 스트레스와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영재발굴단>은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영재라는 화려함 뒤에는 누군가의 ‘그늘’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가 영재를 바라볼 때, 성급히 영재의 재능을 키울 방법에만 몰두하기보다 그 영재와 영재 주변의 다른 아이들 모두가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방식 반복해 한계 드러낸 계발 솔루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재발굴단>이 각 에피소드마다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솔루션 중에는 영재의 재능을 그 자체로 존중하기보다 영재를 기존의 획일화된 영재 상에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학교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 출연한 영재들에게 제시하는 솔루션이 결국은 학교에서 성적 올리는 방법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대표적으로 10회에 등장한 컵 쌓기 국가대표 최현종 군의 에피소드에서 두드러진다. 초등학교 6학년인 최현종 군은 수많은 트로피와 한국 신기록, 세계 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 컵 쌓기 최연소 국가대표이다. 하지만 현종 군의 부모님은 현종 군이 컵 쌓기에 발휘하는 뛰어난 집중력으로 학교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이에 <영재발굴단>은 현종 군의 우수한 집중력은 높은 성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다양한 검사를 통해 검증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현종 군에게 컵을 활용한 영어 단어 외우기, 공부 종량제로 성적 올리기 등 우수한 성적을 위한 학습 방법을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이런 솔루션은 학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영재로 인정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 

 

 


 <영재발굴단>은 프로그램 취지에서 ‘영재들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서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현종 군의 에피소드에서 제시된 솔루션은 결국 기존 ‘성적 만능주의’ 교육제도로 귀결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자 했다면 이러한 솔루션들을 오히려 지양했어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솔루션이 반복된다면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영재들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던 과거 영재 프로그램을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능성과 한계 동시에 보여준 <영재발굴단>
 <영재발굴단>은 기존 영재 프로그램과 스스로를 차별화시키고자 했다. 다양한 소재로서 시청자들에게 영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솔루션에서도 가족과의 대화, 자존감 키우기 등 기존과 다른 시도들이 엿보였지만 여전히 영재를 학업 경쟁이라는 기존의 틀에 맞추려는 대체적인 경향은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존의 영재 프로그램과 차별화되고 영재들의 진정한 발전을 꾀한다면 ‘학업 성적’, ‘성공’, ‘명예’ 등 영재들을 바라보는 기존의 잘못된 사회적 시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남들보다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라, 그 아이들을 획일화되고 삐뚤어진 잣대로 평가하려는 기성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영재발굴단>은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으며 어느덧 6월 12일 현재 12회까지 방영됐다. 학교 공부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영재들을 발굴하고 응원하겠다는 <영재발굴단>이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본래의 프로그램 취지를 바로 세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