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이야기(1)
- 정권의 시종, 마녀사냥 일삼는 언론
신태섭 전 상임대표, 동의대 교수
우리 주류 언론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키워드는 ‘정권의 시종’, ‘마녀사냥’, ‘기울어진 운동장’, ‘프레임 전쟁’ 네 가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후진 독재국과 선진 민주국이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안 경험한 흉하고 추한 언론자유 탄압과 여론 조작·동원의 역겨운 역사적 유물들입니다. 오늘 우리 언론 현실은 이것들이 한꺼번에 얽히고설켜 치졸하고 야만적인 무슨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것 같습니다.
군사독재 시절, 공민영 구분 없이 제도권 언론은 문자 그대로 ‘독재의 주구’였습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군사독재를 계승한 노태우 김영삼 시절, 양식 있는 젊은 기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언론민주화를 요구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권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는 KBS와 MBC 등 공영 미디어들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지니게 되었고, 언론 본연의 저널리즘 기능-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민주적 여론형성-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시절은 참담합니다. 이명박은 온갖 불법탈법을 동원해 공영 미디어들을 ‘정권의 시종’으로 전락시켰습니다. 박근혜는 이를 더 심하게 고착시켰습니다. 공영 미디어들은 이제 아첨꾼, 확성기로 굳어졌습니다. 반면, 사영 주류 미디어들은 ‘정권의 시녀’가 아닙니다. 이들은 권경언 수평유착의 한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주류 신문들과 이들의 종편들은 보란 듯 그들의 동맹자 수구보수 세력과 정권에게 따끔한 훈계와 지도를 하고, 능동적 창의적으로 마녀사냥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은 특권적으로 재봉건화된 권경언 연합체의 번영을 위한 것이죠.
화려하게 부활한 언론의 '마녀사냥'
군사독재 시절 ‘마녀사냥’은 군사정권의 지시에 따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좌경용공’으로 모는 특별 이벤트였습니다. 5.18 광주항쟁을 북괴의 지령에 의한 내란음모로 몬 것처럼요. 민주정부 이후 구시대의 유물로 박물관에 들어앉은 줄 알았는데… 이명박 박근혜 시대 ‘종북좌빨’의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요즘 언론의 마녀사냥은 영역이 더 넓어지고 능동적입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를 둔 파렴치한으로 몰아 쫓아내기, 세월호 유족을 이기적이고 분수 모르는 반사회적 떼쟁이로 몰아 세월호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정부의 무능한 메르스 대처를 질타한 박원순 시장을 유언비어 유포를 통한 공포와 혼란의 조성자로 매도하기 등등 종북좌빨 마녀만이 아니라 혼외자 마녀, 떼쟁이 마녀, 유언비어유포 마녀 등 양상이 다채롭네요. 또한, 사영 주류 미디어의 마녀 사냥자들은 보다 확신에 차고 열정적이며 능동적입니다. 그들은 군사독재 시절 정치군인들이 정권에 충성한 대가로 정부 요직을 차지했던 것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발전된(?) 마녀사냥은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발명품이 아닙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1860년대 산별노조를 깨고 기업에 순응하는 기업별노조로 재편하면서, 1919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부활한 산별노조를 다시 파괴하면서, 그리고 세계대전 후 매카시즘 광풍시기에 학계와 문화예술계 언론계의 진보인사들을 소련 간첩이란 명목으로 축출하면서, 정부와 보수언론 그리고 수구보수 행동단체들의 연합으로 시전된 바 있습니다. 그것을 수입한 것이죠.
1939년 미국의 선전분석연구소는 히틀러 정권에 부역한 독일 언론 그리고 전시 선무공작에 동원된 언론의 선전기법을 다음과 같은 7가지로 요약·제시했습니다. 사실, 자국에서 있었던 노조와 진보에 대한 마녀사냥도 똑같은 수법이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② 번지르르하게 포장하기(glittering generality) 별 상관없는 좋은 단어들을 갖다 붙여 무의식적으로 호감을 갖도록 하는 수법
③ 이미지 전이시키기(transfer) 대중이 존경하는 인물에 연결시켜 무의식적으로 추종하게 하는 수법
④ 증언하여 추천하기(testimonial) 증언 형식으로 진실을 오도하거나 조작하는 수법
⑤ 평범한 시민의 일원인 척하기(plain folks) 대중과 같은 입장이라 내세워 공감과 안심을 이끌어내는 수법
⑥ 일방적으로 우기기(card stocking)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그 진위에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수법
⑦ 군중심리 동원하기(band wagon) 다수가 이렇게 하고 있다며 대중의 순응과 동조를 유도하는 수법
요즘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정권의 시종 노릇 또는 마녀사냥을 하면서 쓰는, 그리고 선거 시기에 집중적으로 쓰는 주된 수법이 딱! 이거네요.
주절주절 쓰다 보니 할당받은 지면이 다 찼습니다. 재봉건화된 권경언 연합체가 구조적으로 득세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이야기, 그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일방적 학살에 가까운 잔혹하고 꼼꼼한 ‘프레임 전쟁’에 관한 이야기, 그래도 저들은 못 이긴다는 우리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