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 확대 조장하는 야구 리뷰 프로그램
박진만 방송모니터위원회 회원
야구 리뷰는 꼭 ‘야구 여신’이 전해야할까?
야구는 대한민국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이다. 한국 갤럽이 2015년 7월 한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5%가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2012년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한 이후 머지않아 1천만 관중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포츠 채널에서는 야구 관련 프로그램을 주요시간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KBS N SPORTS는 2009년부터 <아이러브 베이스볼>(이하 KBS)을, MBC SPORTS+는 2012년부터 <베이스볼 투나잇>(이하 MBC)을, SBS SPORTS는 2011년부터 <베이스볼 S>(이하 SBS)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당일 치러진 경기의 하이라이트와 주요 승부처 분석, 우수 선수 인터뷰를 전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야구 경기 직후인 프라임타임에 편성되어 있고, 각 방송사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핵심 요소는 여성 아나운서, 아니 그들의 외모이다. 우리가 그들을 ‘야구 여신’으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방송사와 시청자가 여성 아나운서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여성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과 채널 간 이적, 그리고 야구 리뷰 프로그램이 예고편 전면에 여성 아나운서를 등장시킨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야구 전문 여성 아나운서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지상파 방송3사 스포츠 전문 채널의 야구 리뷰 프로그램과 SBS SPORTS의 <야구남녀>를 모니터했다.
예쁘고 날씬한 것이 생명이다? 여성 아나운서를 볼거리로 취급
3사 야구 리뷰 프로그램 공통점은 △여성 아나운서 한명과 남성 해설위원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성 아나운서는 항상 몸에 달라붙는 의상이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있으며 △ 스튜디오를 비추는 카메라는 항상 여성 아나운서의 신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여성 아나운서를 응시의 대상으로 두고, 남성 시청자의 시각적 쾌락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SBS와 KBS는 중앙을 기준으로 한편에 여성 아나운서가, 다른 편에 두 명의 남성 해설위원이 위치한다. 그런데 방송은 시도 때도 없이 여성 아나운서 쪽을 비춘다. 자료화면 방송 후 스튜디오 샷으로 돌아올 때도 카메라는 중앙이 아닌 여성 아나운서를 먼저 비춘 후 중앙으로 간다. 또한 방송들은 자주 아래에서 바닥을 기는 것 같은 카메라 워크를 통해 여성 아나운서의 신체를 부각한다.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 아나운서의 다리와 신체를 시청자가 응시할 수 있도록 카메라 워크가 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MBC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MBC 무대는 칵테일 바를 연상시킨다. 아일랜드 테이블 뒤편으로 두 남성 해설위원이 위치하고, 테이블 전면에 여성 아나운서가 위치한다. 두 해설위원의 다리는 테이블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여성 아나운서의 다리는 항상 노출되어 있다. 짧거나 혹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도록 트인 치마를 입은 여성 아나운서의 다리가 시청자의 시각을 자극한다.
이처럼 여성 아나운서는 시각적 쾌락의 도구나 가십거리로 전락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는 야구 리뷰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이 어떤 분석을 내놓았는지 보다는 그날 여성 아나운서가 어떤 옷차림을 하고 나왔는지, 얼마나 노출이 심했는지가 연일 화제 거리다.
그러나 해외의 야구 리뷰 프로그램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관음증적 시각으로 여성의 몸을 소비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 야구전문 리뷰 프로그램인 ESPN 채널의 은 한국의 경우처럼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하지 않는다. 진행자들의 신체에 집중하는 화면구성이나 카메라워크 또한 보이지 않는다. 화면은 시청자들이 진행자들의 대화를 방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MBC SPORTS+ <베이스볼투나잇> 방송 화면 갈무리(4/17)
△ 미국 ESPN 방송 화면 갈무리(4/16)
야구 리뷰 프로그램 아나운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여자여야만 하나?
야구 리뷰 프로그램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역할은 남성 해설위원들이 잘 설명해줄 수 있도록 적당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남성 전문가들이 충실히 설명해줄 동안 적절한 끄덕임과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성별을 떠나 모든 아나운서에게 요구되는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야구 리뷰 프로그램의 여성 아나운서의 태도는 일반적인 경기 중계나 SBS SPORTS <주간야구>와 같은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성 아나운서들이 해설자에게 비교적 동등한 자세로 전문적 질문을 하고 호응하는 것과 다르다.
이들 여성 아나운서들은 마치 야구를 잘 모르는 귀여운 여동생이 오빠에게 물어보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 전형적인 ‘맨스플레인’의 모양새이다. “오빠가 설명해줄게”라는 말로 대표되는 ‘맨스플레인’은 남자가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한국의 야구 리뷰 프로그램 속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대화가 이와 유사한 인상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