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인사]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로워야 하지 않을까요?”
상영숙 회원
저는 올 7월에 이름 석 자 겨우 올려놓은 신입회원입니다. 그저 인사나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니 두서없고 논리정연 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바랄게요. <민언련>이라는 단체는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가까운 지인 2명이 이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던지라 관심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지식도, 수려한 글재주도 없는 저와 같은 사람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회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용돈 조금 아껴 쥐꼬리만 한 회비 내는 것 말고는 달리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지만 재능과 열정을 겸비한 회원 분들의 노력에 응원하는 마음이라도 보태는 것 또한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숟가락 얹어볼까 합니다.
저는 평소 ‘민주’나 ‘언론’ 등에 관심이 많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제가 옳고, 의로운 방향으로 늘 사고하고 있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를 보면서 그에 반응하는 저의 사고에 큰 모순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선이 악에 대항하고 응징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오히려 돈 앞에서 갈등하고 치사해지는 ‘을’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저를 보게됐습니다. 주인공은 을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와 상처를 준 부패하고 위선적인 인물임에도 이해가 되고, 그에 반해 을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갑질을 하고 있는 을은 추악한 인물로 읽혔던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걸까 생각해보니, 작가가 갑질을 하는 주인공 부부는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고상하고 온순하고 허당끼마저 있는 친근한 이미지로 꾸며준 반면, 그에 반하는 인물들은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려 비호감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던 거죠. 을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철저하게 짓밟은 주인공 부부의 만행은 대사로 퉁쳐지고 을이 받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갑에게 발악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니 오히려 을의 입장에서 하는 정당한 요구가 정의롭지 않아 보이고 공감이 가지 않게 되더라구요. 저 또한 그렇게 눈으로 ‘보여지는’ 것만 보았던 겁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내가 얼마나 우둔하고 모순된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악덕 갑들의 모습이 그럴싸하게 포장되는 것을 종종 봐왔지요. 실제 그들의 실체와 상관없이 호감가게 만들어진 갑들의 이미지에 혹하여 빙의로 이어지고, 자기가 기득권인지 서민이지도 모른 채 을의 눈물을 외면하고 갑의 횡포에 눈을 감는 현실이 겹쳐 보이더군요. 권력이 매체를 장악해 약점은 덮고 때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51%의 지지를 받는 현실이 조금 이해가 갔다고나 할까요?
뜬금없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악은 드라마보다 훨씬 애매하고 복잡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좀 더 깨어있고 좀 더 지혜로워야 하지 않을까요? 저의 지혜는 부족하지만 지지와 성원은 보낼 터이니 힘내주시기를, 지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