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호] [여는글] 한국적 정보화 시대의 불합리를 극복할 방법
등록 2015.10.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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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한국적 정보화 시대의 불합리를 극복할 방법

 

 

 

 

고승우 이사장

한국은 정보화 시대의 지구촌 선두라 한다. 정보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장체계가 세계에서 으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진정 정보의 낙원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사실상 정치권력과 보수·수구 이념이 지배하고 있고, 자본이 지배하는 유통구조에 장악되어 있다. 따라서 요즘 넘치는 정보는 민주시민이 알아야하는 주요한 내용을 투명하게 담고, 공익을 위한 진실이 담긴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편향된 것이 대부분이다.
보도 부분만 살펴보면, 조중동과 종편 등이 양산하는 정보가 전체 정보량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거나 평화통일에 역행하는 정보를 쏟아내는 것으로 지탄받고 있다. 한국 사회는 불량한 보도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야 하는 불행한 사회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는 진정한 신문사 하나만 만들 수 있으면 민주화가 확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런 점을 독재자들도 주시해서 신문사 하나를 새로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도록 법을 만들어 놓았다. 즉 당시 기존 중앙일간지가 소유한 윤전기를 확보하지 않으면 신문사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광주항쟁과 6월 항쟁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열망이 하늘을 찌르자 노태우 정권은 다수의 신문사가 일시에 등장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민주세력의 요구가 관철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신문사를 다수 등장시켜 많은 정보를 쏟아내게 하면서 신문사간 경쟁을 격화시켜 자본에 신문이 예속되는 그런 환경을 만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
 
종이신문 시장을 장악했던 보수·수구세력은 공영방송이 공정보도, 진실보도를 실천하려 노력하자 낙하산 사장으로 이를 잠재우려 했다. 또 한편으로 방송시장을 보수, 수구가 지배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종편을 양산했다. 종편은 엄청난 경제적 특혜와 불량 보도를 양산하는 ‘특권’을 누리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오늘날 이 사회 보수 수구 세력은 전파 매체도 장악한 상태다.


 불량한 정보로 오염된 사회가 앓고 있는 병리현상의 하나가 자살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자살은 인간이 최악의 절망상태에서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한국이 자살 공화국이 된 것은 생명을 살리는 정보 유통이 차단된 비극적 체제가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한국 사회는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의 독기와 살인적 양극화로 누적된 고통과 불만, 분노 지수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공론화할 정보유통망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냉혈한적 지배세력이 양산하는 분단 비극과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불량 정보가 넘쳐나는 병든 사회로 전락한지 오래다. 한국이 부정부패의 선두권으로 지구촌에서 정평 나있는 것도 정보 유통의 불합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라면, 진정한 정보가 90% 이상 흐르는 사회라면 자살 1등국, 부패 공화국이라는 최악의 현상은 사라질지 모른다.
 
진정한 정보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정보’를 양산하고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 보수 또는 수구 언론의 자본력이 그렇지 않은 언론에 비해 맘모스처럼 같이 거대하고, 정보 유통 채널인 포털 사이트도 상업주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정보 유통이 포털에 장악된 한국의 상황은 매우 특이하고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진정한 정보 유통을 희망하는 세력의 숙원이다. 십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진정한 정보를 유통시키는 포털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성공치 못하고 있다.
 
최근 여당이 포털사이트에서 여권의 정보 유통이 문제가 있다면서 국회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선거를 앞둔 포털 손보기다. 이 뿐 아니다. 문체부는 인터넷 매체의 등록 요건을 강화해 ‘1인 매체’시대의 정보사회를 통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선진화를 외치는 정부가 시대를 역행하는 독재적 발상이다. 이명박 정권이 포털사이트에서 자행한 정치 공작은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를 통해 부정 선거를 획책한 것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첩보전과 테러 등이 전개되는 첨단 과학시대를 맞아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쪽으로 인터넷 기술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이 집중 제기된 것도 권력층이 정보화 시대를 악용하고 있는지를 드러낸 또 다른 사례다.
 
한국적 정보화 시대의 불합리를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첨단 정보 과학시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즉 진정한 정보를 생산하는 매체들이 독창성 개발과 연대, 협업을 강화해 상부상조하면서 관련 언론 소비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영세한 상태에서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매체들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정보 생산과 유통 부분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켜 진정한 정치나 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여건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