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함께하는 시민사회] 테러방지법이 수상하고 위험한 까닭
등록 2016.01.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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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민사회]

테러방지법이 수상하고 위험한 까닭


 

오동석(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 제정 몰이에 나섰다. 예정에도 없던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국회를 탓하는가 하면, 민중총궐기 집회 참석자들을 테러조직에 빗대기까지 하는 폭력적 언사까지 자행했다. 테러방지 여론몰이를 하는 까닭이 국민을 찍소리도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테러는 특정 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살인, 납치, 유괴, 저격, 약탈 등 다양한 방법의 폭력을 행사하여 사회적 공포상태를 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군사용어사전, 일월서각, 2012). 사상적·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테러와 뚜렷한 목적 없이 불특정 다수와 무고한 시민까지 공격하는 맹목적인 테러로 구분한다. 테러는 목적 없는 행위까지 포함하므로 결국 그 핵심은 다양한 방법의 폭력이다.


테러방지법안은 각종 폭력행위를 망라하고 있다.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 또는 사람을 체포·감금·약취·유인하거나 인질로 삼는 행위”, 건조물·항공기·선박 등 관련 손괴·운항강제·안전운행방해 등 온갖 행위를 다 모으고 있다. 당연히 형법 등 다른 법률로써 처벌하고 있는 행위이다.


테러방지법안이 불명확한 테러 개념을 사용해 이미 처벌할 수 있는 폭력행위를 모아놓았다는 것은 별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테러방지법 없이도 테러에 대처할 수 있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제를 뚫고 테러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테러방지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테러방지법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테러방지법을 만들면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는 테러방지법안을 잠깐 들여다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먼저 국가대테러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우게 한다. 이에 따라 지방단체장은 연도별 대테러활동 시행계획을 세운다. 테러를 중심으로 국가의 대응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가테러대책회의를 설치한다. 의장은 국무총리인데 위원은 각 부 장관 등이다. 실질적인 핵심인 테러대책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어느 법안이든 국가정보원장이다. 테러방지법안이 만들어낸 권력의 실세이다.


마지막으로 테러사건대책본부의 설치다. 국내외에서 테러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테러현장에서의 대테러활동을 위하여 각종 대응팀을 설치·운영한다. 정보수집기관인 국가정보원이 테러를 예상하는 경우에는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까지 지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책회의 의장 또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군 병력까지 동원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도 있다.


모든 폭력행위를 망라하는 ‘테러’를 이유로 해서, 그 행위가 있기 전의 단지 예상만으로, 모든 국가권력을 집중시켜, 국가정보원에게 부여하고, 평시임에도 불구하고 군 병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권력까지 주는 것이다. 이 모든 권력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이것은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절대군주 그 자체로 등극하는 일이다. 도저히 민주공화국이라 볼 수 없는 독재체제이고, 헌법의 권력분립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4년 동안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지 못했다고 힐난했지만, 14년 동안 반대했던 시민사회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과연 테러는 왜 발생하며, 한국에서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테러 방지 및 대응 체계는 어떠한지, 어떤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이 테러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하다못해 그동안 테러방지법이 없어 어떤 테러가 있었는지 증거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 어떤 법을 동원하더라도 테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테러 방지를 빌미삼아 정보기관이 권력을 강화했다는 비판이 있다. 광범위한 예방조치의 결과 자국민과 외국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났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로, 자타가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미국에서조차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CIA가 2003년 3월 중순부터 포로들에게 멱살잡이, 손바닥으로 때리기, 복부가격, 오래 세워놓기, 냉방 고문, 물 고문 등의 방법을 활용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테러방지법안은 국회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비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을 무작정 믿어달라고 국민을 겁박한다.

 

 

 

테러에 대한 대응이 급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재난에 대처함에 있어 무능력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체계를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재난방지법이 있었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고 국가의 대응체계는 무력했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 직면해 있는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제발 좀 먼저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