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신입활동가 인사] ‘양심을 팔지 않는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등록 2016.02.02 11:38
조회 888

[신입활동가 인사]

‘양심을 팔지 않는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배나은 활동가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기준 인터넷 매체는 현재 6,000여 곳에 육박합니다. 저는

그중 한 곳에서 경제부 기자로 3년가량 근무했습니다.


  매체마다 좀 다르겠지만 제가 했던 주요 업무는 통신사 뉴스를 제목과 리드를

바꿔 다른 기사인 것처럼 네이버에 송고하는 것과 담당 출입처에서 보내주는 보도

자료라는 이름의 광고를 제 바이라인을 달아 기사로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 매일 취재기사를 한 꼭지씩 썼지만, 실제 취재는 홍보실 직원에게 전화를

거는 것 정도였고, 예상 가능한 답변을 가만히 받아썼지요.


  간혹 출입처 관련 ‘아픈’ 기사를 써도 홍보실에서 사정을 봐달라는 전화를 받은 데스크의 지시에 따라 기사를 ‘부드럽게’ 수정하거나 삭제했습니다. 반대로 해당 업체에서 더 많은 광고를 받아야 한다는 데스크의 목표에 따라 사소한 트집을 잡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노조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자주 거래 목록에 오르곤 했습니다.


  업체에 불리한 이슈가 터지면 먼저 업체에서 연락이 와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해당 업체가 얼마나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 업체 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리더십을 지녔는지 등을 예쁘게 포장하는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자료는 사진부터 기사 제목과 본문까지 모두 업체에서 제공했습니다.


  어뷰징은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저 회사에서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자라는 직함을 단 직장인으로서 직장 생활을 했던 셈입니다.


  제가 나열한 이런 일들은 상당수의 매체에서 그 정도나 형태의 차이가 있을 뿐 반복되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돈을 받고 광고성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일들이 적발돼도 크게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당연하다고 해서, ‘옳지 않음’이라는 그 일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겁니다.


민언련에 입사지원서를 쓸 무렵, 저는 제가 수행하는 노동이 사장의 이익에만 복무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감소시킨다는 점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 같아 몹시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제 기준에서, ‘양심을 팔지 않는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서툰 솜씨지만 종이신문을 모니터하고, 널리 알려야 할 부당한 사안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들며 제 삶이 좀 더 가치 있는 방식으로 소모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마음이 가벼운 출근길과 소박한 보람을 느끼는 퇴근길이 있다면, 그곳이 가장 좋은 직장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성실하게, 즐겁게, 오래오래 일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