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신입활동가 인사] 진실의 힘을 느낀 민언련 다섯 달
등록 2017.01.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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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최민호입니다. 아직은 이름 앞에 종편 모니터, 그리고 이름 뒤에 활동가라는 이름이 어색한 민언련의 신입 활동가입니다. 민언련에 입사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5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정현 녹취록으로 시작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달려온 것 같습니다. 이 소식지에 이렇게 신입 인사를 써도 되는 걸까, 고작 5개월의 시간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제가 느낀 점을 간략하게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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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혁명이 이루어지던 그 순간까지 제가 뼈저리게 느꼈던 사실은 그 거짓조차 보기에 따라서는 진실과 대등해지거나,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27년을 살아오면서 언제나 진실은 하나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팩트(FACT)라고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진실은 흔들리지 않고 영원하다고 믿었습니다. 거짓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진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민언련에 들어와 언론개혁을 실천하고자 마음먹었죠.

 

하지만 실제 민언련에 와 방송 모니터 일을 해 보니 그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X개의 언론이 있다면 진실도 X개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서로의 사실이 다른 것은 물론이요, 서로 모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하나의 보도를 보고 음, 맞는 말이네 하고 다른 보도를 보면 전혀 다른 생각이 듭니다.

 

마치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코끼리는 귀가 넓다, 코끼리는 꼬리가 크다, 이야기하는 장님의 우화처럼 말이죠. 장님의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보도에는 일정한 목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진실을 가공합니다. 진실을 거짓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어느 언론이나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거짓이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 “공문서 위조는 했지만 간첩조작은 아니다”, “물대포에 쓰러졌지만 병사다”, “기업에 모금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 모두 지금 이 시대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사실’들입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실들은 관계자의 증언, 의혹, 혐의 등의 말을 붙여 진실처럼 보도되었습니다.

 

이렇게 살이 붙은 거짓들은 진실과 같은 힘을 가집니다. 순식간에 두 세력이 만들어집니다. 그들은 내가 맞다, 네가 그르다, 주장합니다. 당장 누가 옳다고 말할 수 없으니 두 세력은 동등하게 대우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내막이 밝혀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게 됩니다. 관심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사건은 흐지부지해집니다.

 

이렇게 해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간첩조작 사건, 세월호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민언련에서 이런 진실을 밝혀볼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개 시민단체에서 그것도 애송이 활동가에게 그런 막중한 일이 가능할 리 없죠. 실제 모니터를 시작하자 진짜 같은 거짓, 그리고 가짜 같은 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보며 큰 벽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은 말이 아닐까? ‘내가 이러려고 모니터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JTBC와 한겨레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와 시민의 촛불 혁명을 지켜보면서 어떤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거짓으로 진실을 감출 수는 있다. 그러나 영원히 감출수는 없다. 그런 자신감 말입니다. 어느 날, 언론을 통해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밝혀진 진실은 그 고집스러운 대통령을 고개 숙이게 하고 232만 시민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나라 역사책에도 실리지 못했던 진정한 주권자의 투쟁, 시민혁명의 한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언론의 힘, 진실의 힘을 느끼게 했던 순간입니다. 

 

촛불 혁명은 이루어졌지만 지금도 박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 그리고 일부 언론은 교묘하게 포장된 거짓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해 줄 완벽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값진 승리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진실의 힘을 믿고 거짓의 틈에서 가장 올바른 길을 찾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고 저는 믿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보지 않을지 몰라도 끝까지 길을 비추는 언론의 등대가 되는 것. 그것이 30년을 이어온 민언련의 역할이 아닐까요?

 

최민호 종편모니터 활동가 3491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