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신입활동가 인사] 탈탈탈~ 열심히 털어드리겠습니다
등록 2017.06.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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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디, 언제 올 거예요?’라는 김언경 사무처장의 문자에 ‘그럼, 내일 가겠습니다.’로 답할 때까지만 해도 그저 안부 정도로 가볍게 오가는 인사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부담 없이 놀러왔던 민언련에서 활동가가 되었고 지금은 신입 활동가 인사글을 쓰고 있습니다. 민언련 회원 여러분,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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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김언경 사무처장, 이봉우, 배나은 활동가는 대안언론 피디와 출연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함께 방송을 하면서 민언련의 열정적인 활동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활동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부끄럽지만 뒤늦게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활동가들과 함께 방송하기 전에도 민언련에 대해 알고는 있었습니다. 지역에 있는 민언련에서 모니터 모임을 아주 잠깐 해봤고,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제가 피디로 있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고정 패널로 출연시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그리고 얼마 전까지도, 활동가라는 사람은 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민언련이라는 시민단체의 활동가는 우리나라 언론 정상화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열정도 사명감도 대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민언련의 애정 어린 감시로부터 살짝 비켜나 있는 흔한 방송노동자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방송을 하면서도 민언련 안에 제가 설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민언련 활동은 대부분 모니터 보고서 작성과 발표를 통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방송 기획과 제작 전문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민언련 보고서를 방송화시킨다면 모를까 민언련과 피디인 저의 콜라보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때 늘 사람들에게 민언련의 활동과 모니터 내용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사무처장이 민언련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체 오디오 팟캐스트 제작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기존 방송에서 시간을 마련해주면 가서 수동적으로 응하던 방송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을 자체 방송 제작으로 제대로 ‘한풀이’해보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이 두렵기는 사무처장이나 저나 마찬가지였고, 그런 차원에서 처음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방송을 만들고 편집해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 정도라면 제가 지금까지 늘 해왔던 일이고, 또 일주일에 한 번은 세 분과 1년 넘게 함께 했기에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저의 보잘것없는 재주로 민언련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감사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출근 첫날부터 미리 대여해놓은 외부 녹음실에서 녹음 현장을 비디오로 녹화하는 동시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민언련에서 얼마나 자체 방송을 원했는지 언론 수용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목말랐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의 넘치는 의욕이 녹음실을 지배함을 느끼면서, 어쩌면 가볍게 합류한 제 부담감은 배가 되고 카메라를 잡은 손은 떨려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잘 만들어봐야겠다는 의욕도 커졌습니다. ‘기존 언론들이 만들어놓은 뉴스의 어장에 빠지지 마세요.’라는 의미로 출발한 ‘민언련의 뉴스어장’은 많은 내외부 애청자들의 애정 어린 조언과 관심으로 지금의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가 되었습니다. 

 

원래 탈곡기는 벼, 보리 따위의 이삭에서 낟알을 떨어내는 농기계지만 최근 네티즌들은 다른 뜻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논쟁하는 상대를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그 사람의 영혼이 육체와 분리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탈곡한다.’라고 표현하고 탈곡을 잘하는 사람은 ‘영혼 탈곡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는 언론이 그 어떤 이유로든 왜곡, 오도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일 때, 민언련이 그들을 탈탈 털어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방송의 끝인사는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는 내일도 열심히 털어드리겠습니다. 탈탈탈~’입니다.

 

좋은 것은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 아래 민언련 역사상 첫 자체 데일리 오디오 팟캐스트가 탄생했고 그리고 저는 그 가슴 떨리는 출발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1984년 언론인 선배들의 간절했던 첫 마음에 감히 비견할 수 없겠지만 뜻을 이어받아 시대정신을 만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이 자랑스럽고 동시에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변화해가는 언론 지형 속에서 일방적 전달자였던 언론은 그 수가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강직적 사고 행태가 두드러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언론 수용자들은 수동적 수용자의 한계를 벗어나 자발적 검증과 비판의 칼날이 훨씬 날카로워지고 부지런해진 현실 속에서 ‘민언련’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단지 사후 비판자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언론 전달자와 수용자들이 아름다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더 큰 판을 깔아주고 더 정당하고 생산적인 기준과 원칙을 먼저 제공하는 중재자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늘 고민하겠습니다. 서른 세 살 청년 민언련과 함께 도전하고 열정적인 청년 활동가가 되겠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언론을 제대로 모니터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서 더 쉽고 재미있게 인지하고, 언론과 민언련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가가 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5·18 광주 순례, 이 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총평가 토론회 등 민언련에서 경험할 수 있는 뜻있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정말로 제가 이곳의 활동가가 되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민언련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의 부족함에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민언련 회원님들과 함께 일하는 활동가들을 믿습니다. 두려워하는 마음은 한편에 접어두고 방송으로 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민언련의 미디어 탈곡기는 내일도 열심히 털어드리겠습니다. 탈탈탈.

 

이정일 팟캐스트 담당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