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연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KBS <개그콘서트>를 올해의 나쁜 방송으로 선정했습니다. ‘개콘’ 전체를 모두 선정한 것은 아니고, 일부 코너의 여성비하 발언, 심한 막말, 패륜적 언행,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KBS 연예대상 생중계에서, 한 개그맨이 수상소감으로 “한 단체가 <개그콘서트>를 올해의 나쁜 프로그램으로 선정했습니다. 우리가 아이템 회의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그런 얘기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감히 우리를 비판하느냐’는 분노에 빠져, 무엇을 지적받았는지 찬찬히 살펴보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답답했습니다. 당시 협동사무처장으로 방송모니터위원회를 책임졌던 저는 이 일을 겪으며 누군가를 비판하는 일은 신중해야 하며, 정제되고 적확한 표현을 사용해야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절대 저 개그맨처럼 행동하지 말자’는 다짐을 교훈으로 얻었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저는 자주 그와 같아집니다. 누군가 제 실수나 단점, 잘못을 지적하면 일단 방어하는 마음부터 듭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잔소리야”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제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절대로 누군가에게 어쭙잖은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 편을 드는 것도 아닙니다. 진심으로 저 자신을 다잡는 말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요? 이제부터 저도 수고했다는 격려보다 ‘더 잘하라’는 질책을 더 많이 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느닷없이 무슨 소리냐고요? 우리가 드디어 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우리는 드디어 정권교체를 이루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변화의 조짐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민언련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우리 언론은 정말 많이 망가졌습니다. 보수정권은 야만적 수준으로 공영언론을 장악했고,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켜 보수신문 조중동에게 종편이라는 특혜를 주었습니다. KBS와 MBC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종편의 정치적 편향성과 상업성이 심화되면서 국민은 알 권리를 잃었고 공론장을 빼앗겼습니다.
이 모든 적폐를 정리하고 언론환경을 개선하려면 민언련은 더 할 일이 많습니다. 예전보다 더 섬세해야 하며, 더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대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한탄도 있을 것이고,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서 아쉽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민언련이 해야 할 언론개혁, 민주언론을 위한 정도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그 길을 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토론하고 성찰하는 ‘시민단체’가 되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