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10월호] [책이야기] 이명박의 저수지를 찾아라
등록 2017.09.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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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라는 책이 ‘푸른숲’ 출판사에서 나왔다. 부제는 ‘저수지를 찾아라’이다. 책 표지 가운데에는 주진우 기자 사진이 나와 있다. 긴 머리에 까만 양복을 입고 오만하게 옆을 쳐다보는 모습이 마치 영화 007 제임스 본드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 주진우 기자가 10년여 동안 이명박의 비자금을 찾아내기 위한 목숨을 건 이야기이다. 저수지는 이명박이 감춰 놓은 비자금이 모여 있는 곳을 말한다. 주진우는 그 저수지를 찾기 위해 미국을 수도 없이 다녀왔다.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독일과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 쪽 케이만군도에도 다녀왔다. 정리벽이 없다는 주 기자이지만 이명박과 관련된 자료 박스가 10박스 넘는다. 이 책은 주진우 기자가 쓰기도 전에 영화사에 판권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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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지독한 돈의 화신이다. 자신 뿐 아니라 친인척, 측근 모두 돈이 되는 일에만 매달려 한국 사회 권력형 비리로 법과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대통령 선거 전에 이미 4대강 주변에 항구가 생길 땅을 다 사들였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끝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 혈세를 착복했다. 은평 뉴타운도 형 이상득의 아들이 땅을 사 놓은 자리였다. 이명박은 이런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을 수없이 저질렀다.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낸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 건도 사기 사건이다. 농협에서 담보 없이 210억 원을 대출해 주고 상환을 받을 생각도 않는 농협 대출 사건도 이상하다. 어느 날 결국 농협 전산망이 마비된다.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천만의 말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주진우 기자가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런데 증거를 쉽게 잡을 수가 없다. 박근혜, 이명박과 연관된 사건의 관련자나 증인 가운데 핵심 인물이 살해당하거나 ‘자살당하거나’ 사라진 사례가 많다. 박근혜, 박지만의 오른팔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상해 용의자도 곧바로 자살‘당했다’. 살해당한 오른팔의 오른팔은 라면을 먹다 죽었다. 주 기자에 따르면 이명박의 싱가포르 비자금 저수지를 쫓는 데 실마리를 준 사람도 사라졌다. 주진우 기자도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2015년 12월에는 세워 놓은 차 앞 유리창에 총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다. 이명박의 조카 이지형의 돈 흐름을 찾으려고 싱가포르를 다닐 때는 사흘 연속 덤프트럭이 달려들기도 했다. 겁이 없던 주 기자도 그때는 모골이 송연하더란다. 친하게 지내는 가수 이승환이 자기가 쓰던 방탄차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바꿔주었다.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독재자들이 도둑이라고 하지만 이명박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명박은 돈의 ‘신’이다. 하지만 주진우 기자는 그 신도 이제 무너질 거라고 확신한다. 이런 사람을 못 잡아넣으면 사회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게 주진우가 이명박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이유다. 주진우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두환이 대단하다고 해도 역시 최고수는 이명박이다. 그는 부패의 정수리자 비리의 핵이다. 그러니까 재물, 탐욕, 부정의 화신, 맘몬, 돈의 마귀다. 돈의 신을 잡기가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잡을 수 있다. 너무 많이 해 드셨다. 흔적이 너무 많고 또 건수도 많다. 이명박 내부자들의 말로는 돈이 아까워서 큰 로펌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얕은 곳에 묻어 두어서 찾는 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는, 그리고 누구도 자신을 절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와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소송을 하면 찾을 수 있는 돈이 아직 많다. 아직 다 쓰지 못했을 테니 몽땅 찾아올 수도 있다.”

주진우 기자는 별명이 많다. 악마 기자, 사탄 기자, 소송당할 기사만 쓰는 ‘소송 전문 기자’라는 별명도 있다. 2007년 12월 4일 <시사IN>에 ‘이명박 이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라는 BBK사건 특종을 터뜨린 뒤, BBK 검사 10명에게 소송을 당했다. 그들은 박근혜 정권 때까지 검찰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언론인 선거법 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주 기자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그러나 주진우 기자는 그 모든 소송에서 이긴다. 심지어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에 낸 위헌 법률 심판 제정 신청’도 이긴다. 주진우는 소송에서 이기는 비법을 담은 『주기자의 사법활극』(푸른숲, 2015)을 펴내기도 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가 나온 뒤 2017년 8월 26일 주 기자는 또 〈시사IN〉에 특종을 터뜨렸다. <이명박 청와대 ‘140억 송금 작전’>. 다스가 140억 원을 돌려받을 무렵 다스 내부에서 기록한 회의록을 입수했다. 그 문건에는 청와대, 외교부, 검찰이 모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 주진우는 “한미FTA 언더 테이블에서 다스 140억 동결 해제 딜했다”고 추정한다. 수십조 원 재산을 갖고 있다고 추정되는 이명박이 기껏 140억 더 먹으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다. 해도 너무 많이 해드셨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안건모 편집위원·월간 <작은책>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