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더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2017년 상반기에 민언련은 탄핵과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최근 심하게 지쳤습니다. 그동안은 앞뒤 돌아보지도 못하고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달려왔는데 뭔가 큰 목표를 이룬 후의 허탈감 같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무조건 쉬고 싶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저뿐 아니고 함께 달려온 활동가 모두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희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은 더 쌓여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 날부터 허니문도 없이 발목잡기 보도가 쏟아져서 모니터 팀은 이전보다 더 바쁩니다. 이전에 열심히 모니터하던 매체에서 이제는 ‘한경오’를 모니터하지 않는다는 시민의 질타까지 겹쳐졌습니다. 시민의 언론에 대한 제보도 많아졌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참으로 크고 깊어졌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처럼 국민의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은 커지고 있는데 새 정부의 언론개혁에 대한 행보는 더디게만 느껴집니다. 세월호 재조사, 4대강 재감사,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 노동현안과 일자리 창출 등의 새 정부의 반가운 개혁 드라이브가 나오는 데 비해 아쉽습니다. 그만큼 적폐 청산과 언론개혁이라는 과제가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게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민언련이 해야 할 일이 더 눈에 많이 보입니다.
그러니 맥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조금 숨을 고른 뒤 다시 판을 벌여야겠지요. 일단 저희는 지금까지 하던 일을 계속 꾸준하게 할 생각입니다. 민언련 주력사업이었던 언론 모니터 활동은 앞으로도 주요하게 이어나갈 것입니다. 특히 MBC와 종편의 왜곡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도 더욱 열심히 넣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언론적폐 청산을 위한 시민행동, 그중에서도 공영언론 정상화를 위한 여론화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특히 MBC, KBS를 국민의 품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올여름과 가을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촛불시민의 힘을 믿습니다. 공영방송의 양심적 언론인들이 먼저 힘을 모아서 불을 지피고 시민사회가 이에 호응한다면, 촛불시민은 공영언론을 국민의 공론장으로 되찾아올 힘을 모아주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미뤄뒀던 민언련 과제들을 챙겨 나가겠습니다. 민언련 정책역량 강화, 홍보 활성화, 회원모임 활성화, 언론교육 활성화 등등 하겠다고 말해놓고 미뤄둔 주요한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써놓고 나니 쉴 틈이 없네요. 하지만 저는 이전보다는 조금만 덜 일 하고 더 쉬려고 합니다. 민언련 사무처가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일터가 되게 만드는 일도 다른 어떤 언론개혁 작업만큼 중요한 것이니까요.
2017년 하반기, 민언련은 또 다시 힘을 내서 뛰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여름 나십시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