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5월 23일 저녁 7시 국민카페 온에어에서 ‘방송심의, 시민이 하면?’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민언련은 시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입각한 심의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젠더와 연령, 전문성, 시민 대표성을 반영한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3기와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서 실시한 심의 중 논란이 많았던 4건의 안건에 대한 재심의를 진행했다. 시민 방송심의위원들은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심의의 우선 원칙으로 삼았으며, 막말·왜곡·편파방송을 반복한 방송 프로그램과 출연자, 진행자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요구했다.
민언련은 이날 행사 말미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를 온라인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페이지(https://www.ccdm.or.kr/xe/simin03) 오픈 사실을 알렸다. 민언련에서 모니터 한 ‘문제 방송’에 대한 심의 민원을 접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통심의위 심의 전 ‘시민 방송심의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시민들의 심의 의견을 모으기 위함이다. 민언련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안건을 상정하고, 후주 화요일 자정까지 시민 심의 의견을 받는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는 매주 수요일 새로운 안건 상정과 함께 공개된다.
- 시민 방송심의위원 명단 -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 EBS PD, 40대 남성)
권보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20대 여성)
박민 전북민언련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 (40대 남성)
박인숙 변호사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40대 여성)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 (50대 여성)
엄주웅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전 방송통신심의위원, 60대 남성)
윤성옥 경기대 교수 (40대 여성)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 (30대 여성)
한희정 국민대 교수 (50대 여성)
【안건1】 MBC <뉴스데스크>(2014년 5월 7일 방송)
주요 방송내용 세월호 수색을 도왔던 이광욱 잠수사 사망 관련 MBC 전국부장이 ‘데스크 리포트’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라고 발언.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21세기에 사용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국인이 무섭다’ 등 세월호 생존자 수색에 다이빙벨을 투입한 한국을 폄훼하는 일본 인터넷사이트 게시글 인용.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권고(행정지도) |
제9조(공정성) 제14조(객관성) 제20조(명예훼손금지) 제27조(품위유지) 1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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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관계자 징계, 프로그램 정정·수정(법정제재) |
제9조(공정성) 제10조(사실보도와 해설 등의 구별) 제14조(객관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의견
▪박민 시민방송심의위원: 1심(3기 방통심의위)에선 보도가 아닌 논평 수준의 내용이기에 심의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당시 뉴스 화면 상단에 분명 ‘리포트’라고 표기됐다.
▪윤성옥 시민방송심의위원: 이 건은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조급증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논평에 해당한다. 하지만 방송심의규정 제10조(사실보도와 해설 등의 구별) 1항과 2항은 사실 보도와 해설·논평을 구분하고, 방송에서 해설·논평을 할 경우 사실의 설명과 개인의 견해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하고 있다. 이 안건은 논평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실 보도인 듯 ‘리포트’라고 표기해 시청자를 오인케 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 3기 방통심의위는 이 안건을 논평으로 규정한 후 제대로 심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김진혁 시민방송심의위원: 우리 사회의 조급증을 얘기하며 세월호 유가족 행진 영상을 사용했다. 스피치가 아니라도 이 영상을 보면 세월호 유가족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게 성립돼 버린다. 매우 위험한 부분이다.
【안건2】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2015년 8월 10일 방송)
주요 방송내용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의 ‘공천 10% 청년 할당’ 제안에 대해 대담하며 출연자가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정당’ 등의 표현으로 정치 주체로서의 청년을 비하. 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구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행사를 후원하니 ‘종북숙주당’이라는 비판을 듣는다는 출연자 발언 방송.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권고(행정지도) |
제27조(품위유지) 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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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관계자 징계, 경고(법정제재) |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항·제2항·제5항 |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의견
▪장은경 시민방송심의위원: 패널 구성부터 내용까지 관계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구성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음에도 유사한 형태의 방송을 꾸준히 한 점을 고려해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윤성옥 시민방송심의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10% 청년 할당’을 비판할 순 있지만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방송은 조롱과 희화화로 접근했다. ‘공천 10% 청년 할당’에 대해 “소아적 발상”,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정당”이라고 조롱했다. 또 누군가를 ‘종북’이라고 지칭하는 건 명예훼손이라는 판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숙주’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또한 방송심의규정 제13조에선 대담·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자가 타인을 조롱·희화화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대낮에 이런 일이”, “개탄스럽다” 등의 표현으로 오히려 출연자의 문제 발언을 유도했다.
▪김진혁 시민방송심의위원: 구 통합진보당의 북한 관련 정책이나 의견에 대해 동의한 게 아닌, 행사를 지원했다고 ‘종북숙주’라고 하는 건 과도한 비약이다. 이런 표현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이라면 과거 독재했던 정치지도자의 동상 건립 행사를 지원한 정당은 ‘독재숙주’ 정당으로 불려도 괜찮다는 건데, 이런 표현을 과연 (3기 방통심의위원들이)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권보현 시민방송심의위원: 야당의 정책을 비판하며 ‘소아적 발상’,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정당’ 등이라고 하는 건 어린이, 청소년 혐오 표현이다. 청소년, 청년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존재라는 편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 기득권자인 중년 남성들(진행자·출연자들)이 청년 정치인을 혼내고 윽박지르는 제스처를 보이는 건 위협적이며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청소년, 청년의 정치 진출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점에서 문제다.
【안건3】 JTBC <선암여고 탐정단>(2015년 2월 25일, 3월 4일 방송)
주요 방송내용 ‘국화단’이라는 조직에 의해 수연이 일명 몸캠을 찍었다는 내용의 벽보가 게시되고, 관련 동영상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자 선암여고 탐정단은 사건 조사를 위해 수연을 미행하던 중 수연이 동성 연인인 은빈을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탐정단은 수연의 요청에 따라 은빈과의 관계가 노출되지 않도록 국화단을 저지하고 몸캠 사건을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연인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불안해하며 이별을 통보하는 은빈에게 수연이 키스하는 장면과 회상 장면에서 수연이 은빈의 머리를 쓸어올리고 등 뒤에서 끌어안는 장면 등을 방송.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경고(법정제재) |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제1항 제27조(품위유지) 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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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문제없음(5인) 의견제시(4인, 행정지도) |
문제없음: 의견제시: 제35조(성표현) 제2항 |
* 통상 심의는 재적 위원 과반 출석, 출석 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나 시민방심위는 JTBC <선암여고탐정단> 안건에 대해 의결 대신 ‘문제없음’과 ‘의견제시’ 의견이 비슷하게 있었다고 정리하기로 했다.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의견
▪권보현 시민방송심의위원: 이 방송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슬프다. 청소년들도 사람이기에 교제를 하고 애정 표현을 한다. 그걸 해선 안 되는 양 심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 또한 3기 방통심의위원들은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할 생각이 없다면서 동성애에 대해 정신적 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방송이 아닌 위원(3기 방통심의위원)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
▪석원정 시민방송심의위원: 드라마에서 특정 장면이 문제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그 장면 자체만이 아닌 전체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이 드라마에선 탐정단 소속 학생들이 동성애자인 선배에 대해 얘기하며 동성애에 대해 느끼는 불편한 감정부터 친구가 동성애자라면 어떨지 등에 대해 토론한다. 동성애에 어떤 관점과 태도를 보여야 할지 건강하게 토론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문제되지 않는다.
▪박인숙 시민방송심의위원: 3기 방통심의위원들은 동성애를 문제 삼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왜 고등학생의 키스 장면을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법에서도 13세 이상의 청소년(사람)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는다. 또한 방송심의규정 제43조 제3항은 방송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이바지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드라마야말로 청소년들의 성과 생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드라마 아닌가.
▪엄주웅 시민방송심의위원: 60대 생물학적 꼰대(늙은이)로서 솔직히 3기 방통심의위원들의 발언이 머리로 이해되지만, 이 드라마에 적용할 심의규정이 있는지 찾으려 해도 없었다. 심의규정 어디에도 동성애와 이성애에 대해 차이를 두라는 규정이 없다. 다만 사회의 수용수준 등을 감안했을 때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의견제시 정도는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안건4】 MBN <뉴스와이드>(2017년 12월 15일 방송)
주요 방송내용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 관련 대담에서 출연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4대원칙을 합의한 데 대해 대담하는 과정에서 “떼놈이 지금 북한 핵 무기를 앞에 놓고 우리보고 거기에 절하라는 것 아닙니까”라고 발언.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문제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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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심의위원회 |
심의결과 |
적용 심의규정 |
경고(법정제재) |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 제31조(문화의 다양성 존중) |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의견
▪박인숙 시민방송심의위원: ‘떼놈’ 발언 후 출연자가 사과했지만, 이런 지적을 여러 차례 받다 보니 어떻게 할지 알게 된 것 같다. 우선 (막말을) 뱉고 진행자가 지적할 때 사과하면 된다는 노하우를 가진 듯 보인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식으로 이용할 것 같다.
▪석원정 시민방송심의위원: 문화의 다양성 존중은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가치인 만큼, 아직 많은 이들이 과거의 관행에 기댄 (혐오·비하) 표현들을 사용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사회 오피니언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나 언론 등에 대해선 엄중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방송에서 차명진 씨는 명백하게 특정 인종에 대한 비하 발언을 했다. 더구나 차 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혐오·비하 발언 등으로 제재 받은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방송사에서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판단을 한 게 아닐까.
▪한희정 시민방송심의위원: ‘떼놈’ 발언만이 아닌 차명진 씨가 그린 그림에서 중국을 ‘왕서방’ 같은 이미지로 표현한 것도 혐오 표현의 하나로 보인다. 서양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묘사하며 두루마기를 입히고 칭키(Chinky·동양인 비하표현)라고 했다면 우리는 한국인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진행자가 지적하고 출연자가 사과했더라도 이는 큰 문제다.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정리 김세옥 정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