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요.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정말 찜통 같은 더위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네요. 저는 요즘 세상에서 민언련만큼 ‘별로인’ 직장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비수기’가 없는 것 같거든요. 사실 6·13 지방선거가 끝나면 아주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안희정 성폭력 재판 관련 보도, 노회찬 의원 사망 관련 보도, 기무사 문건 관련 보도, 그리고 조선일보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기사거래 의혹까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정말 끊임없이 계속 불거져, 일을 해도 해도 줄지 않는 기분입니다. 대응해야 할 언론 정책도 하나를 수행하면, 두 개가 밀리는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암담한 기분이 들 때면 일부러 예전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시기에 민언련에 활동가가 늘어나서 이만큼 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지요. 며칠 전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구석에 놓인 안 쓰는 컴퓨터 본체를 보았습 니다. 그런데 그게 2015년 겨울에 제가 <귤 팔아서 컴퓨터 바꾸자> 캠페인을 해서 귀하게 장만했던 것이거든요. 당시 60만 원짜리 본체 2대를 장만하고 저희는 엄청나게 뿌듯했었죠. 그때 비하면 지금 민언련은 정말 살만 합니다.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음향 시설까지 갖춘 넓고 깨끗한 교육관을 마련한 것도 기적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금방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쨌든 저희는 이 더위에도 차분하게 할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지난달에 사무처가 팀제로 개편되면서 모니터팀, 운영팀, 정책팀, 홍보팀으로 정비되었습니다. 그 결과 유민지 운영팀장과 김두환 활동가가 한동안 주춤했던 민언련 회원사업과 교육 사업에 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회원님들이 민언련에 오실 일이 더 많아질 거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전보다 많은 강연 및 행사를 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봉우 모니터팀장 과 모니터 활동가와 인턴들은 당분간 팀 교육 및 조율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정책팀에는 기존 김세옥 팀장 이외에 배나은 활동가가 결합했습니다. 그래서 성명이나 논평, 정책 대응에 있 어서 저보다는 속도와 깊이가 붙을 것입니다. 3월부터 시작한<민언련 포럼>은 매달 정말 의미 있는 주제로 알찬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8월에는 ‘방송 협찬, 얼마나 망가졌고 어떻게 개선하나’라는 주제로 열립니다. 홍보팀은 당분간 이정일, 오초롱 활동가가 팟캐스트와 동영상 외에 웹진과 소식지를 나눠서 맡았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읽었던 김남조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라는 시 한 구절을 아주 자주 떠올리는 편입니다. 이게 일에서는 ‘이미 한 것은 잊 어버리고 못다 한 일만 기억’하는 것으로 바뀌지요. 2018년 하반기, 민언련은 그동안 못다 한 일을 다시 챙겨서 나서보겠습니다.
김언경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