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책이야기] 촛불혁명의 교육적 과제
등록 2018.08.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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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양육 및 교육에 대한 태도는 부모 자신의 세계관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반영한다. 부모의 인생관과 세계관은 통상 자신의 조부모와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 그리고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와 달리, 일부 부모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과 사회의 일반 통념을 거부한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자녀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길 원한다. 

 

앞의 부류 즉, 사회 일반 통념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거나 자녀를 그 방향으로 교육하는 자들을 '보수'라 칭하고, 후자 즉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며 자녀를 다른 방식으로 키우는 자들을 '진보'라 부를 수 있겠다. 사전적 의미 또는 거칠게 분류해 본 것이다. 보수는 현재의 상태에서 또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자들이며, 진보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자들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자녀를 교육하는 방식은 곧 부모의 인생관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나 자신이 별스럽게 아이를 키워 본 입장 - 딸 하나를 두었는데, 그 아이가 경험한 제도권 공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딱 일 년이다 - 에서 보면, 기존 공교육에 아이를 보내고, 학원에 보내고, 계층화된 사회 질서에 편입하지 못해 안달하는 소위 '진보' 인사들을 보면 내심 의아했던 것이다. 본인이 입이 부르트도록 말하는 가치 또는 목숨조차 걸면서 하는 정치 활동이 자신의 자녀 교육 방침과의 불일치 보일 때, 그들의 내면에선 이를 어떻게 다뤄나가고 있을까?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한국에서 자라난 목수정이 자신의 딸을 프랑스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키우며 생겨난 일, 느낌, 에피소드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한국 사회에의 제언 등을 기록한 것이다. 소위 '진보' 인사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인생관을 지켜나가면서 자녀를 양육하려 한 고군분투의 기록이라고나 할까. 이는, 앞 문단에서 내가 건넨 물음에 대한 목수정식 답변이기도 하다. 목수정의 글은 내게, 자신의 정치 철학과 자녀 양육에 관한 교육 철학의 불일치를 최대한 줄여서, 삶의 투명성과 통합성을 확보하려는 부모 개인의 몸부림으로 다가왔다.

 

가정 안에서의 교육이 부모의 세계관과 미래 비전을 드러내는 표지라면, 국가 차원의 교육 시스템은 해당 국가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을 세상에 온전히 드러내는 표시다.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듯, 양육과 교육을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다. 목수정이 결혼해 프랑스 생활 초기 인상적으로 본 장면이 있다고 한다. 아이는 부부의 애정이 낳은 산물이지 가정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사회문화적 인식이다. 즉, 프랑스 부모는 대한민국 부모처럼 아이에 올인하지 않는다는 거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모든 걸 바치는 부모 - 정확히 말하면 엄마다 - 를 보고 자란 수정에겐 문화적 충격이었을 거다. 그 다음 눈에 띤 건, 프랑스혁명의 자유/평등/박애 정신을 구현하려는 공교육 학교의 시스템이다. 교육만을 놓고 보자면, 프랑스는 혁명의 나라다.

 

시선을 우리 안으로 돌려 보자. 소위 ‘촛불혁명’이라는 무혈의 비폭력 저항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교육 분야 개혁을 위해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켰다. 국가교육회의의 첫 업무가 교육부로부터 넘어온 대입제도개편 안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 넘긴 것이다. 촛불 혁명을 교육 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위한 국민적 의제를 제시하고 토론과 대화를 조직하지 않고, 교육에 관한 한 말단의 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입제도개편에 관한 의제를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아 그걸 다시 공론화위로 넘겨 버린 게 국가교육회의의 일이 되어 버린 거다. 

 

비교적 공정하고 문제의식 있다고 여겨지던 JTBC의 뉴스룸(2018년 8월 3일 자)조차, 공론화위의 위원장인 김영란 씨를 초대하기 직전 보도에서, 공론화위의 결과를 다루하면서 "'부모'들이 혼란스럽다"고 쓴다. 정작 당사자인 학생이나 교사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교육=입시=부모'라는 공식은 그나마 문제의식을 보여 온 언론사 데스크의 머리에도 꽉 들어차 있는 셈이다. 실망과 좌절이다.  

 

목수정의 책에 자세히 그려져 있듯, 프랑스가 시민혁명을 지켜내기 위한 목적으로 공교육 시스템을 통해 공화국 시민을 길러내고 있듯, 대한민국 또한 촛불 혁명을 지켜내기 위한 공화국 시민의 양성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교육회의의 첫 의제는 촛불 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교육의 과제였어야 했다. 입시제도는 그 말단의 말단에 불과하다. 첫 단추가 완전히 잘못 끼워짐으로서 촛불 혁명에 이은 교육 혁명의 시계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다시 시작할 밖에 길이 없다. 혁명은 완성이라기보다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호승 서클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