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CBS 변상욱 기자입니다. 올해 초 민언련 활동에 함께하자는 권고를 받고 이사직을 맡게 됐습니다. 민언련과는 오랫동안 교유하며 많은 도움을 받아왔음에도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오늘날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은 우려를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의 자기 성찰과 개혁의지가 부족한 탓이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요즘 언론사 소속 언론인만이 언론인이 아닌 시대에 기존에 언론인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記者를 예로 든다면 기자는 다른 전문직과 달리 어떤 전문성도 특별한 자격요건도 구비하지 못한 언론 종사자입니다. 언론사에 소속됐다는 것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관료, 기관, 기업인 및 그 조직이 보유한 정보에의 접근권이 그동안 기성 언론사 기자가 갖고 있는 유일한 전문성입니다. 지금까지 그 접근권이 기자에게 독점적으로 허용되고 이면의 거래가 보장되었기에 기자라는 직분이 유지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털어낸 개방적이고 평등한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입니다. 문제는 언론사가 생존과 이익에 골몰해 저널리즘의 본질과 본령에 대해선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소속된 언론인도 자사 이기주의나 기득권,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외침도 나오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핵심에서 벗어난 것임을 자각해 가는 요즘입니다.
지금 저널리즘은 <누가 저널리즘의 본질을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주체의 설정부터 논의할 상황입니다. <누가 저널리즘의 본질을 논하는 것이 적절한가?>에서 확실한 건 기존의 언론인이 주체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방송을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언론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 째는 ‘미국식 자유주의’입니다. 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 정치적 중립을 지키되 그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언론사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체제입니다. 두 번 째 유형은 ‘지중해식의 극단적 다원주의’로 언론이 제각각 정파와 정치적 이념을 충실히 반영해 주의와 주장을 강하게 전달하는 체제입니다. 세 번째가 언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적 감시와 통제를 중시하는 ‘북유럽 식의 공영주의’입니다. 우리 언론, 정확히 언론사들은 이념으로는 자유주의지만 실천적으로는 극단적 다원주의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법제는 공영주의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방송사의 이사회 구성, 방송통신위원회의 감독과 허가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콘텐츠 평가, 언론중재위원회, 방송광고공사, 언론진흥재단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제도와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언론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감독할 자리와 역할을 정치권이 여야 나눠 갖기로 훼손해 왔기에 제도는 그 구실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촛불 혁명의 대가로 방송사 사장을 뽑는 판정단석에 시민대표들이 자리할 수 있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제도와 권리가 아닌 정치적 성과로 일회에 그칠 개연성이 높습니다.
방송을 중심으로 살폈습니다만 신문의 경우도 사적 기업이라고는 하나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 아래 편법과 탈법으로 성장해 왔고 일부는 방송 겸업으로 여론을 독점하여 사회 공공선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언론소비자운동 그 이상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언론이 아닌 팟캐스트 등의 대안언론과 유투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한 자본의 힘으로 등장하는 새 언론들도 주목해야 합니다. 기업이나 기관을 대변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범람도 결국 시민 언론운동의 과제로 다가 올 것입니다. 그러기에 새로운 저널리즘의 본질과 본령을 기존의 언론에게, 새로이 등장하는 미디어에게 분명히 제시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합니다.
<저널리즘의 본질과 본령>이란 주제는 이처럼 혼란스럽습니다. 결국 저널리즘의 본질과 본령은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우리들이 역사 속에서 체득하고 내면화해서 응축시킨 무엇이어야 합니다. 기존 언론은 본질과 본령을 응축시켜 품지도 못했는데 이제라도 만들어 볼까 했더니 그럴 주체가 되지 못합니다. 그 자격과 권한은 수많은 조각으로 흩어졌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자리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 변곡점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해 새로운 저널리즘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것이고 그 변화가 시대와 시민의 요구에 합당해야만 올바른 저널리즘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언론법제와 시대정신은 저널리즘의 본질을 새로이 규정하고 언론을 개혁하는데 시민이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들>에는 언론사 소속의 언론인이 아닌 민주개혁과 시대의 소통을 위해 행동하는 미디어시민이 가장 중심적 주체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구심점은 민언련 가족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는글 변상욱 (CBS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