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회원인터뷰] “참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고기원 회원)
등록 2019.05.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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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지난 4월 15일 봄볕이 내리쬐는 카페의 루프 탑에서 고기원 회원을 만났다. 회원모임에서 두어번 마주쳤지만 길게 대화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솔직하고 소탈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금세 친해졌다. 표지 사진촬영을 하던 고기원 회원은 “이런 건 처음”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표지의 주인공으로 서 본적 없던 평범한 삶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가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철도노동자다. 열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시설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수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무심코 타는 열차의 운행에도 누군가의 노동이 필요하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는 <김어준의 파파이스> 팟캐스트를 듣고 민언련에 가입한 뒤 3년째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회원모임과 ‘종편 재승인 심사 똑바로 해라’ 서명운동에도 참여했다. 최근엔 ‘총회준비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했다. 그는 주목받는 회원 중 한 명이다.

이번 회원 인터뷰는 색다르다. <미디어 탈곡기>에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김언경 사무처장과 엄재희 활동가의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회원 인터뷰지만, 민언련에 대한 고기원 회원의 진지한 고민이 묻어났다.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시라.

(이 인터뷰는 <미디어 탈곡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두드린 첫 시민단체

김언경 사무처장 (이하 김) : 저희가 정말 모시고 싶었던 회원입니다. 2016년 6월에 회원 가입하신 분이 크게 늘어났는데, 그분들 중에서 우수회원들이 이제 나오고 있어요. 고기원 회원도 굉장히 주목받는 회원이죠. 주요 행사에도 자주 참여해주셨고요. 일단은, 어쩌다 민언련에 가입하게 되었나요?

고기원 회원 (이하 고) :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김언경 사무처장님이 나오셔서 민언련이 어떤 시민단체인지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오랫동안 활동해왔는데 지금 상당히 어렵고 목말라하고 있는구나”였거든요. 처장님이 그때 하는 말들이 마음을 울렸어요. 그래서 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후원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잘 전달 된 거 같은데요. 회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운도 좋았지만 민언련이 가지고 있는 30년의 역사, 어르신들이 해오셨던 보도지침같은 역사들이 쌓여온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또 저의 입장에선 사실 굉장히 불편했어요. 대국민 사기를 칠 순 없잖아요?(웃음) 회원 한명 한명이 준 그 만원을 생각하면 굉장히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굉장히 오랫동안 마음 편히 쉬지 못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네요.

엄재희 활동가 (이하 엄) : 첫 시민단체 후원이었나요?

고 : 네. 처음이었어요. 처음이니까 고민을 많이 했어야 했는데, 고민하지 않고 가입했거든요(웃음) 가입하고 나서는 굳이 여기서 나갈 이유를 못 찾았어요.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제 이렇게 살펴봐주고 생각해 주고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고민하지마시고 회원 활동에 참여하시라

김 : 제가 고기원 회원을 기억하는 회원행사가 하나 있어요. 맥주파티였는데, 그날 노래방가자고 그랬나? 그런데 제가 피곤해서 안 가고 집에 가버렸거든요. 그러니까 회원들이 문자하고 전화하고…그 이후에는 같이 회원들과 놀다가자고 마음먹기 시작했거든요. 요즘 민언련 행사 끝나고 노래방 자주 가잖아요? 그게 고기원 회원 때문인 게 있어요(엄 : 정말 중요한 일을 해주셨네요) 그 이후에도 민언련 행사에 자주 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었나요?

고 : 저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들이 시간 내서라도 꼭 가봤으면 하는 행사가 회원캠프입니다. 회원캠프가 1박 2일로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쉽게 참석 못할 수 있어요. 저도 가기전 까지만 해도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거기까지 가서 뭐 할까, 가면 어색하지 않을까…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이게 헬스장이랑 비슷해요. 헬스장 가기 전에는 이거 갈까 말까 별의별 생각도 다 들고 몸도 아픈 거 같고(웃음) 근데 또 막상 문 열고 들어가면 열심히 하고 나오잖아요. 마찬가지예요, 회원캠프 가기 전에 별의별 생각을 다 들더라도 막상 가보니까, 이건 매년 가야지 싶은 거예요. 활동가분들이 준비도 많이 하셨고, 캠프는 캠프만의 매력이 있었어요. 굉장히 유익합니다. 가족이 오시면 가족끼리, 애들도 같이 어울려서 놀고.

엄 : 맞습니다. 아이들끼리 금세 친해져서 몰려다니고 그렇게 재미있게 놀더라고요.

고 : 네, 특히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내년에 또 가자고 조를 정도입니다. 정말 추천합니다.

엄 : 혹시 회원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활동가가 있으셨나요?

고 : 제가 김언경 사무처장님 팬이니까 제쳐두고, 김언경 사무처장님 다음으로 알게 된 사람이 이봉우 씨입니다. 그때는 팟캐스트도 안 하고, 사람들에게 하는 외부적인 활동은 없었지만, 첫 만남에서 사람들도 챙겨주고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고 하니까, 이 사람은 인재에요 인재. 그때 제가 이야기했던 게 이봉우 씨는 여기 안 있어도 어디 가서도 엄청 인정받는 사람일 거 같다. 그래서 엄청 기억에 남았어요. (김 : 그래서 지금 모니터 팀장이 됐죠) 제가 지금 보기엔 민언련에 상당히 중추적 역할을 하고 계시는데, 그때 그걸 보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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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눈으로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

엄 : 고기원 회원님이 아주 열성적으로 회원 활동을 하시다 보니, 이번엔 총회준비위원도 하셨어요.

고 : 민언련에서 총회를 준비하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맡아달라고 해서, 위원 8명 중 1명으로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아오면서 그런 자리에 참석한 적이 없었거든요. 다른 때 같으면 부담 느껴서 못했을 그런 자리인데, 왠지 민언련에서는 내가 좀 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웃음) 그렇게 참석을 했는데, 역시나 제가 없어도 충분히 진행이 잘 되고 있더라고요(웃음) 진행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 경험했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잘 모르는 그런 자리에 앉혀놓고 어색하지 않냐 힘들지 않냐하는데, 그런 건 없었고요. 그런 자리에 불러줬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 사실 정관개정을 하면서, 문제 있거나 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는데 고기원 회원이 아무도 몰랐던, 우리가 왜 이걸 여태껏 냅뒀지 하고있는 걸 찾아내셨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이 검토해도 못 본 걸 발견하셨어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철도노동자

김 : 이번엔 고기원 회원 개인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데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죠?

고 : 저는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명칭은 ‘신호제어분야’입니다. 열차는 자동차처럼 신호를 보고 달려요, 그런데 열차 신호등이 의미하는 게 뭐냐면 신호등 안쪽으로 진입할 때는 안전하다가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거예요. 명칭은 신호제어분야지만, 실제는 안전장치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엄 : 우리 회원 분들이 지하철을 탈 때 안전을 책임져주신다 그런 거죠?

고 : 일정 부분은 그렇습니다. (웃음)

엄 : 또 고기원 회원님은 철도노조 조합원이라고 들었어요. 많은 활동을 하셨다고요?

고 : 제가 노조에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간부에 해당되는 일을 해본 적은 없고요(웃음) 철도공사는 유니온숍이라고 해서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자동가입이 돼요. 그 상태로 쭉 있었던 건데요. 철도노조가 2년에 한 번꼴로 파업을 해왔잖아요? 그때마다 참여를 잘했죠. 파업할 때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민언련에 얼굴을 많이 비췄고, 그래서 노조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착각을 하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웃음)

 

2016년 철도파업, 각자의 어려움을 지고 끝까지 갔다.

엄 : 2016년 철도파업은 최장기 파업(72일)을 기록했어요. 당시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응원하는 국민도 많았는데요, 파업에 참여하신 조합원으로서 어떠셨는지요?

고 : 쉬운 건 아니었어요. 일을 안 하니까 보수도 안 받았고, 보수가 없으니까 가정에서 갈등도 조금 있었고요, 그런데 기왕 시작했으니 끝맺음을 잘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갔었죠.

엄 : 파업할 때 간부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 안에 있는 조합원들 이야기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잖아요? 참여한 조합원으로서 파업할 때 어떤 심경이셨는지요?

고 : 사실 파업과 관련한 내용은 3번 4번 거쳐서 전해 듣거든요. 일단, 당장에 어떻게 되는가를 잘 모르죠. 저희 조합원은 같이 참여하고 호응하고 따라가는 건 하는데, 그 속에 있으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몰라요. 간부급 되면 잘 알겠죠, 그런데 확실하지 않으니까 저희한테 전달까진 안 될 테고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있다 보면은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갈등이 생기죠. 또, 조합원들 중에서도 모두가 파업을 참여한 건 아니에요, 참석하는 사람과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사전에 동의하에 조금 손해 보는 부분은 각자 공동부담하자, 그런 서명을 하고서 시작했하는데요. 그런데 돈은 바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추후에 지급되잖아요. 또 조합원 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 다르고, 결혼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각자의 어려움은 다 지고 있었죠.

엄 :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거 같아요. 그래도 끝까지 믿고 남아준 고기원 회원님같은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2016년 철도파업이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추구하는 방향을 잘 지켜주시길

엄 : 민언련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고 : 민언련에 처음 가입할 당시에 사무처장님의 말이 어쩜 그렇게 와닿을 수 있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은, 민언련이 특별히 일을 했다기 보다는 하던 일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알린 거 밖에 없잖아요? 언론 환경이 민언련을 돋보이게 하는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민언련이 드러났던 거고요. 그 이후로는 대통령 바뀌고, 여러 가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제가 보기에는 민언련이 조금 시들시들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민언련이 시들시들한 게 아니라 주위 환경이 그때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민언련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민언련은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민언련이 그냥 지금처럼 어쩌면 이렇게 추구했던 방향대로 잘 지켜주기만 하더라도 주위 환경이 언론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자동적으로 드러날 테니까요. 민언련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그냥 그대로 계시면 되고 하던 대로 하시면 되고…그렇게 있다 보면 언론환경이 나빠질 때 존재가치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이 상태로 쭉 가는 것 만해도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좀 하는데요, 저희가 세월호 사건 터졌을 때 모니터 환경이 척박했거든요. 모니터할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할 수 없이 분과원을 불러다가 모니터를 해야겠지 않냐고 읍소해서 간신히 보고서를 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리가 버티고 잘 정리해놓은 게 도움이 됐다, 사실 세월호 관련 모니터를 한 곳이 우리밖에 없었어요.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우리가 지적해 준 것이 의미가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맷집을 키워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조금 그때보다 나아졌지만 우리가 능력들을 잘 갖추고 있다가, 또 동력이 붙어야 될 때는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근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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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은 “참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엄 : 마지막 질문입니다. 고기원 회원님에게 민언련이란 어떤 곳인가요?

고: 처음에 김언경 사무처장님을 <파파이스>에 뵙고 난 다음에 팬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상당히 좋았어요. 민언련이라고 보다는 김언경의 사무처장님이 소속된 곳. 민언련 가서 어떤 행사를 참석해도 사무처장님이 젤 많이 보였고요. 회원 모임에 나가면 제 입장에서는 팬이라서 굉장한 분을 맞이하는 건데, 정작 이 분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저는 어찌 보면 연예인처럼 대하는데, 저를 동네 아는 사람 대하 듯 편하게 대하는 거예요. 저는 그때 그런 걸 본 거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보면, 조금 있어보이게 하는 것에 익숙한, 그런 분위기에서 살아왔다면, 김언경 사무처장은 어떤 느낌이나면, 굉장한 사람인데, 별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살는 것 같았어요. 저한테는 그동안 대해왔던 사람하고 다르다 보니까 너무 좋았어요. 저한테 민언련은 참 좋은 사람은 만난 곳이에요. 저에게 민언련은 “참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엄 : 즉석에서 만든 말인데 참 좋은 표현이네요. 이런 생생한 표현 좋습니다.

김 : 재밌네요. 우리가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요? 사실 이 아이디어가 회원 중 한 분이 미디어 탈곡기에 회원의 목소리를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지적에서 나왔거든요. 역시 사람은 잔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는구나, 우리의 비평을 듣고 기자들이 고치는 것처럼요. 고기원 회원님 다시 또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2년정도 회원모임에 자주 나오시면, 저희 미디어탈곡기에 출연하시고 <날자꾸나 민언련>의 표지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 엄재희 활동가 사진 이병국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