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빌보드 HOT100 차트에 처음 진입하게 해 준 곡, <DNA>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우린 만날 운명이고, 서로를 잡아 끄는 DNA를 가지고 있었어!’라는 게 곡의 내용인데요. 이런 말, 조금은 오그라들지만 저는 민언련과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같이 욕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되겠답시고 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저임금 문제는 조중동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호주서 경험한 세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은 저소득층의 자립을 보장하는 일종의 사회 안전망이었습니다. 이걸 매도하는 기사와 언론사를 찾아가 네이버 댓글창에서 키보드 워리어도 해보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넣어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분이 안 풀리던 날, 구글에 ‘언론 시민단체’라고 쳤습니다. 민언련이 제일 위에 있더군요.
이것저것 눌러보니 이 단체, 최저임금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저와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최저임금을 악의 축으로 매도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 “조선일보 발 고용쇼크는 최저임금 인상 비난하기 위한 호들갑…” 보고서를 읽으며 매우 흡족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새 사람을 뽑는다니! 마침 인턴 공고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냉큼 지원하여 인턴이 된 건 지난해 11월. 운명처럼 지난 3월 신입 활동가 채용이 있었고 저는 이곳에서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첫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 기자는?’이라고 묻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언론사 시험을 보면 볼수록 그 세계와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고, 노동권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퇴짜 맞고, 최저임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가 ‘한국 경제가 위기인데 굳이?’라는 짜증 섞인 반박을 들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아 연예 매체에서 일한 적도 있었는데 그땐 신입이라는 이유 하나로 막말과 폭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어디나 다 똑같겠지요. 내적 갈등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는 이들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모순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별과 배제와 혐오에 기여(?)하면서 현실과 타협하긴 싫더라고요.
더러는 팔자 좋은 소리한다거나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팔자 좋은 사회를 꿈꾸고 비현실적인 이상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언론 개혁의 그 날을 꼭 함께 보고 싶습니다. 정파와 ‘있는 사람들’에 납작 엎드리는 언론이 아닌, 일반 시민과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론이 많아진 세상을 바라봅니다. 소수 없는 다수는 없으니까요.
방탄소년단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한국 아이돌은 제작자의 독점적 지위 아래서 길러집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연습생 시절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팬들과 소통했고 SNS에 브이로그나 믹스테이프 등을 올려 팬들이 마음껏 퍼 나르게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대중과 소통하는 뮤지션, 자랑할 만한 점이 많은 아이돌이었던 셈입니다.
언론 개혁에도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참여할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활동가가 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민언련, 그리고 저의 만남…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