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다
이 땅에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투쟁해온 언론인들과 시민은 뜨거운 마음과 정성을 모아, 현대사에서 온갖 영욕이 교차한 이 역사적인 공간에 ‘굽히지 않는 펜’상을 세운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 속에 한낱 남루할 수도 있는 이 상징물은, 우리가 지켜온 자유언론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을 기리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기념비이다. 또한 선배동료 언론인이 겪은 쓰라린 희생과 좌절을 잊지 않기 위한 불망비이다.
긴 세월 동안 독재정권과 이에 결탁한 언론사들은 언론의 신성한 사회적 사명과 책임을 배반하며 현대사를 불행으로 얼룩지게 했다. 이들에 의해 1천명이 넘는 동료들은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거리의 언론인이 되어 떠돌아야 했고, 언론의 길에서 순교한 선배들도 있다. 이들의 복직이 길게는 40년이 넘게 계속되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부도덕한 역사의 광정을 단호히 요구한다.
고난과 희생 속에도 우리는 어기차게 일어나 자유언론을 지켜 왔다. 지금 우리의 다짐을 돌과 쇠에 새겨 그 정신을 깊이 간직하려 함은, 이 산하에 살아갈 미래의 세대와 언론인에게 용기 있는 표상이 되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그들에게 광명한 내일이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언론 동지여, 민주 시민이여, 지금 언론인이 지닌 열망과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질곡을 직시해 주기 바란다. 우리에게는 더 추구해야 할 시대적 역할이 있다. 민주적 가치와 민족적 정의로움, 조국의 평화통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다. 우리는 이 시대정신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부끼는 저 자유언론의 깃발을 결코 내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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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호 민언련 포커스는 언론자유조형물인 '굽히지 않는 펜'을 세우는 취지문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다>로 대신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글을 써도 오늘 이 글보다는 더 좋은 뜻을 세우기 어려울 것 같아서입니다.
언론자유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에 뜻을 같이 해주신 민언련 회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글 김언경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