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회원행사참여후기]더 단단해진 벽, 깨알지식을 알아가려는 시민의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기
등록 2019.07.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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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입 회원이 되면서 두 번째 오프모임 문자를 받고,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연극 보도지침을 함께 보는 것이었습니다. 연극을 본 후 “후기를 작성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고 사실 2~3줄로 간단하게만 적으면 되는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A4용지 한 장 정도를 작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헉!’ 했는데 못 쓰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후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글재주가 없어서 후기를 잘 적을지 걱정하면서 적습니다.

 

저는 보도지침 연극을 처음 봤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연극으로는 처음 보는데 올해가 벌써 4번째이고, 그 전엔 봉태규 씨가 출연했던 적도 있었더군요.^^

연극을 보지 않은 지 십여 년이 넘었고, 제목조차 기억 안 나는 마지막 연극에 실망을 했던 경험이 있어 사실상 연기에 대해서 기대가 없었습니다. 언론개혁 관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을 민언련 회원이라, 안 그래도 저렴한데 더 저렴하게 보는 것에 만족하면서 갔습니다(보고 나서 배우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결론은 출연진들의 연기력에 일단 감탄했습니다. 모든 출연진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연극내용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우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연극내용에는 주인공들이 학창시절에 갈망한 자유와 민주주의, 그 이후 사회에서 더 현실적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운명의 길을 다르게 갈수 밖에 없었던 친구들의 갈등도 살짝 보여주며 70~80년대 암울했던 사회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보도지침 사건으로 김주언 선생님을 비롯해 당시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사무국장 김태홍 님, 실행위원 신홍범 님이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습니다. 연극에서는 이 부분을 어디론가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고만 짧게 이야기합니다. 아.. 이 남영동 대공분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역사 속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준비 중인 공간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 영화로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얼마나 잔인한 고문이 이루어졌는지 지면으로 읽었던지라, ‘그 고문의 시간을 견디고 부당함을 알리려고 했던 그 용기가 어디에서 나올까?’라는 데 생각을 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부당하게 흘러가는 학교를 경험하고 사회 속으로 들어오니, 더욱 더 부당함을 당연함이라 생각하며 지내는 이들에게 꼭 알리고 싶어서 했던 행동들…. 많은 영웅들이 있지만 이런 영웅들이 있어 우리가 지금의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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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분께서 힘들게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보여 ‘혹시 저분이 주인공 김주언 선생님은 아닐까’ 했는데 맞았습니다. 김주언 선생님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시간을 마련한 제작진분들께 감사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가가 보도지침에 느끼는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한 점도 감동이었습니다. 또, 출연진 중 판사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이 배역을 하기 위해 당시 판결 기록을 찾아보고 “그 당시 판사도 판결을 내릴 때 고뇌가 있었던 것 같다”란 이야기를 했을 때, ‘아, 저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이 보도지침이 어떤 사건인지 공부를 하고 연기를 했을거라 생각하니, 배우들이 더 멋있어 보이고,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다만, 이미 인터넷과 SNS을 통해 [관객과의 대화] 질문 내용이 미리 다 준비가 돼 있었던 점은 아쉽습니다. 연극이 끝나는 시간이 늦어 어쩔 수 없었겠다 싶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고 바로 바로 질문을 받고 대답했다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늦은 밤, 십여 년 만에 보는 연극에 흡족해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보내며 정말 많은 적폐가 있지만 다른 모든 부분이 개혁이 되더라도 언론이 개혁되기가 가장 힘들고, 가장 늦게 변화될 거란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이 보도지침만 보더라도 그 시절 지침보다 지금은 더 강력하고 더 비열한 보도지침이 각 언론사마다 있는 것 같고, 그 언론사들의 벽은 더 단단해 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그냥 스쳐가지 않고, 깨알지식들을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시민들의 자세도 더욱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언련에서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알려주는 소식들이 더욱 중요한 게 다가옵니다. 많이 늦었지만 민언련에서 일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보도지침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합니다.

민언련 파이팅!! 무수히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에게도 파이팅!!

 

글 박미정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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