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책이야기] 숨어 있는 적폐 세력의 두목
등록 2019.07.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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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은 ‘세계언론자유의 날’이었다. 유엔 총회가 언론 자유를 위해 지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그러나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19년 세계 언론 자유 지수는 최근 5년간 11퍼센트나 악화됐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오직 전 세계 9퍼센트의 인류만이 언론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고, “세계 인구 74퍼센트는 언론 자유가 없거나 매우 위험한 나라에 살며 정보 접근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돼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말하고 싶다》(박성현·김춘효, 이루, 2018)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언론 상황과 언론인들의 자유 언론 투쟁에 관한 취재 기록이다.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여섯 나라를 다룬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동남아시아 각국의 뜻있는 언론인들이 자유 언론을 위해 힘겹게 투쟁하는 모습을 알리고 그들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책 앞쪽은 아시아 언론 전문가인 존 렌트 미국 템플대학 매스컴 석좌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존 렌트는 동남아시아 언론을 ‘억압’의 역사로 본다. 영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 등 서구 제국주의자들에게 오랜 세월 수탈당한 역사가 각국의 언론 역사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국민들의 자주 독립 열망을 탄압하고 금지하고 쉽게 지배를 하기 위해 폭압적인 언론법과 제도를 시행했다. 그런데 식민지들이 독립을 하고 나서 그 나라의 권력을 잡은 통치자들이 제국주의자들이 써 먹었던 폭압적인 언론법과 각종 미디어 규제들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심지어 악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들 사회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논리가 있음을 절감한다. “독재 권력이 식민지 유산을 계승하고 활용하는 방식, 언론을 탄압하는 방식”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한국과 유사한지 놀라웠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비중을 다룬 나라는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언론인 살해’ 국가로, 세계에서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들 중 하나로 꼽힌다. ‘필리핀전국언론인노조’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살해된 필리핀 언론인이 공식적으로 조사돼 밝혀진 사람만 25명이나 된다고 밝힌다. 두테르테 행정부 아래에서 살해된 언론인은 총 12명, 1986년 이래 현재까지는 모두 185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2년에 계엄령을 선포할 때부터 대부분의 언론사들을 폐쇄해 버렸다. “전단지 및 기타 자료의 인쇄, 소지 및 배포, 심지어 정부의 통합성을 해치는 낙서도 처벌”하는 대통령령 33호가 발표됐다는 내용은 한국의 박정희 때 유신헌법, 긴급조치, ‘막걸리 보안법’을 떠올리게 한다.

싱가포르도 언론 통제가 심하다. “언론인들이 선출된 권력자나 그들이 행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비판 보도를 할 경우 모두 형사처벌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도 언론 통제가 강력한 나라다. 저자는 베트남의 사회운동가들에 대한 일상적 감시와 사찰, 미행 등이 한국 사회의 1970~1980년대 상황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2019년 4월 18일 발표한 베트남의 언론자유지수는 180개국 중 175위다. 책에 나온 6개 국가가 비슷했다. 미얀마 137위, 말레이시아 145위, 싱가포르 151위, 인도네시아 124위다. 참고로 1위는 2년 연속 노르웨이다. 미국은 지난해 45위에서 올해 48위로 떨어졌다. 일본은? 67위다. 한국은 올해 41위로 올랐다. 2016년 박근혜 때 70위로 떨어진 세계언론자유지수가 29계단을 오른 것이다. 아시아에서 ‘언론 지수 양호’를 기록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이 유일했다.

그런데 엉터리 가짜뉴스 같은 보도를 해도 멀쩡한 한국의 수구 언론들을 보면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적어도 10위권에 들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조선일보는 그런 엉터리 보도 부문에서 ‘1등 신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실패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총살당했다고 보도했는데 3일 만에 공식 석상에 참석했다. 2013년에 음란물을 찍어 총살됐다는 현송월도 지난해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버젓이 방한한다. 그런 고의성 짙은 오보를 내도 조선일보는 폐간되지 않는다. 아니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중앙 동아도 별반 차이 없다.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라고 하는 후안무치한 신문들이다. 그런 신문들이 빨리 사라져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말하고 싶다》는 치열했던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광주항쟁, 87년 노동자대투쟁, 촛불항쟁, 박근혜 탄핵…. 이제 적폐 세력의 두목격인 수구 언론만 ‘탄핵’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아시아 언론인들에게 경의를!”

이 책의 뒤표지에 써 있는 말이다. 한국의 조중동 기자들은 해당 안 되니까 착각하지 마시기를….

 

 

글 안건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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